8월 인플레 5년래 최저, ECB 재정 공조 이끌어낼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의 8월 인플레이션이 5년래 최저치로 하락,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한층 고조됐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집중된 가운데 일부 시장 전문가는 내주 열리는 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단행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자산 매입 시행 가능성을 내비친 한편 독일을 포함한 주요 회원국의 재정 정책 공조를 주문한 만큼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8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연율 기준으로 0.3%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수치인 0.4%에서 추가 하락한 것으로, 5년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ECB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밑도는 실정이다. 지표가 1%를 밑도는 경우 위험 수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투자가들은 유로존 경제 펀더멘털이 하강 기류를 타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강한 반전을 이룰 여지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ECB의 비전통적 경기 부양에 대한 압박이 한층 높아졌다. 유로존 경제가 위기에 놓였다는 공식 평가가 투자은행들 사이에 연이어 제기되는 한편 일부에서는 드라기 총재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도이체방크는 이르면 내주 열리는 회의에서 ECB가 자산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는 내달 4일 통화정책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유로존 경제가 3분기 더욱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만큼 ECB가 조만간 부양책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독일 7월 소매판매가 전월에 비해 1.4% 감소, 2012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중심국 경기마저 한파를 내고 있어 유로존 경제의 강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의 루크 바솔로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의 펀더멘털이 기울고 있다는 사실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또 한 차례 확인됐다”며 “드라기 총재가 보수적인 유로존 정책자들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ECB의 양적완화(QE)가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드라기 총재가 회원국에 재정 완화를 통한 공조를 요구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정부가 부채 감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재정 측면의 경기 부양을 이행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브르 대학의 필립 웨일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경기 부양은 통화정책 뿐 아니라 재정정책이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ING 그룹의 마틴 반 블리트 이코노미스트는 “EU가 이미 눈덩이 부채를 떠안은 회원국에 재정 목표치를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다”며 “재정 원칙을 완화하더라도 경제 성장 측면에서 커다란 호조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