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인생의 가을, 중년은 아름다워라
- 깊어 가는 가을에 1
올해도 변치 않고 또다시 가을이 찾아 들었다.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며, 결실의 계절이다. 가을은 상념과 그리움, 우수와 고독, 사색과 동경,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다. 품위 있는 자태와 그윽한 향기를 뽐내는 국화꽃이 가을을 풍성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역시 가을다운 서정적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하는 것은 낙엽이다. 가을이 되면 불타오르는 듯한 단풍이 우리의 가슴에도 불꽃을 지핀다. 그러나 단풍도 잠깐, 이내 우수수 낙엽이 되어 지고 만다. 이 병든 갈색의 낙엽이 거리를 뒤덮을 때면 마음이 왠지 고독하고 숙연해 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인가 그리워진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지난날의 추억이든...
가을은 수확과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벌판에는 잘 익은 누런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고 군데군데 참새 떼들을 쫓기 위한 허수아비들이 장승처럼 서있다. 이제는 논두렁길을 가다가 메뚜기 떼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몹시 아쉽다. 시골집 담장에는 빠알간 홍시와 누우런 호박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가로변에는 소녀모습의 연약한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리고 있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 코스모스 길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해도 좋고 아니면 홀로 고독에 잠겨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또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아도 기분이 상쾌해 질것 같다. 하양과 연분홍, 짙은 자주색의 꽃잎들이 서로 어울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 길은 정녕 영원한 우리들 마음의 고향길이다.
이에 비해 노오란 은행나무 길은 좀 더 세련된 도회지 풍의 멋이 난다. 이 길은 깃을 세운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걷는다면 분위기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창경궁과 덕수궁 돌담길 그리고 과천청사 가로변들이 그런 길이다. 이 코스모스나 은행잎을 책갈피에 꽂아 말리던 기억도 새롭다. 책갈피에 꽂아둔 드라이플라워를 대할 때마다 지난 가을이 떠오르게 되고, 그때의 추억은 언제나 가슴에 진하게 남아 있다. (깊어 가는 가을에 2에 계속)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