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치 "중국, 위안화 약세로 수출 지원 전략"
[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이 크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의 강력한 국채 매수세는 시장 금리를 낮춰 미국 증시는 물론 미국의 경기회복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5월까지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 규모는 1072억달러(약 110조원)를 기록, 집계가 시작된 지난 1977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중국이 사들였던 미국 국채 총액 810억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미국 국채가격은 국채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따라서 국채를 많이 사들이면 사들일수록 수익률은 더 떨어진다.
이로 인해 미국채 수익률이 지난해 말 3%대에서 2.54%까지 부터 크게 하락한 배경에도 상당 부분 중국의 매수세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나 투자자들은 미국 경기 호전으로 인해 국채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실상은 수급적 요인에서 중국이 그만큼 국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낮게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강한 매수세가 현재 국채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향후 중국이 매수 기조를 지속하지 않게되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 러프키 도쿄은행-미쓰비시UFJ 수석금융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이 채권수익률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이 투자포지션을 바꿔 매수를 줄이게 될 경우 시장은 커다란 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매수세가 갑자기 사라지면 일시에 취약한 주택시장 금리가 상승할 수 있고 미국 주택경기 회복세는 다시 둔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리스 베리 제프리스 미국채권 부문 대표는 "(중국의 지속적인 매수로) 국채 금리인상에 베팅한 투자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채권수익률이 올라야 할 때마다 국채를 사들이는 세력이 있어서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2011년을 제외하고는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지속하면서 쌓아둔 거대한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데 쏟아붓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5월 말 현재 중국은 1조2709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와 1년 미만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말 기준 1조27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4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투자자산 구성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대부분이 미국 달러화 자산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영국이나 벨기에 등의 금융사 계좌로 보유한 투자자산 규모까지 합치면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
피터 모리치 미국 메릴랜드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원하는 것은 환율의 안정이지 투자 차익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모리치 교수는 "중국의 전략은 국채 매입을 통해 위안화 약세를 이끌어 내 수출을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따라서 내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다하더라도 국채 매입을 중단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설리번 UNF크레딧유니언 수석투자책임자는 "중국의 미국 국채투자는 일반 채권투자자나 헤지펀드와 같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아닌 자산보유 투자"라고 말했다.
수익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는 여전히 투자하기에 나쁘지 않은 자산이다.
기준물인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현재 2.54%대로 이는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 1.2%의 2배 이상이며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 0.54%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의 미국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대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중국의 국채 매수세로 인해 시중 금리의 추가상승은 제한될 전망이다.
설리번 수석투자책임자는 "중국의 매수세가 국채수익률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며 "올해 내에 3%대 수익률로 올라서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