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가버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다
- 세월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2
지금의 중년들은 세태의 변화물결에 제대로 적응하지를 못해 방황하고 있다. 이들은 거세게 몰아치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물살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밀려다니고 있다. 지금 세상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중년은 보수적이다. 그들은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심지어는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소위 아날로그 세대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디지털개념에 익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새로이 쏟아져 나오는 전자제품이나 기계를 대하면 왠지 겁부터 난다.
지난 1997년 말, 우리가 IMF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중년이 받게 된 충격과 사회에 대한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그동안 자신의 젊음을 불사르며 지켜온 삶의 터전이던 직장이 어느 날 갑자기 너무나도 허망하게 도산해 버렸다. 혹은 명예퇴직의 명분으로 자신의 기업과 조직으로부터 매몰차게 버림을 받기도 했다. 이들의 허탈감은 극도에 달하였다. 지금까지의 내 삶이 오로지 돈 버는 기계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과 상실감 그리고 무력감만이 남았다.
이 사회가 나를 버렸다는 배신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심리적 공황과 위기의식에 빠진 소위 고개 숙인 중년들은 이제 갈 곳을 잃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기도 하였다. 또 다른 이들은 이 골목 저 골목을 배회하면서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삭여여만 했다. 변화하는 세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변화물결의 희생자가 되었노라는 한탄과 함께...
여기에다 그들은 선․ 후배세대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아픔까지 겪게 된다. 지금의 중년들은 자신의 선배들에게는 깍듯한 예우를 하며 살아왔다. 소위 동양적 가치를 존중하며 연공서열을 존중하고 개인주의 사고보다는 집단의 논리에 얽매어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 해왔다. 우리사회가 점차 노령화되어 가면서 이들 선배들은 직장의 자리를 지키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반면, 후배세대들은 일찌감치 자신들의 독립된 활동공간을 찾아 이를 넓혀 나가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신세대들은 지금 중년층을 추월해 이 사회의 중요한 요소마다 그들의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은 벤처사업가로서, 인터넷전문가로서, 그리고 새 시대의 정치이념과 대중문화의 기수로서 모든 분야에 걸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선배세대를 제치고 우리사회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연히 자신의 역할과 공간을 빼앗긴 중년은 상실감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금의 중년은 선배 세대로부터 짓눌리고 후배세대들로부터는 치어 밀리는 소위 낀 세대가 되어 버렸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지금도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 변화에 그들은 적응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본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뒤 주위의 모든 것이 변하였지만 자신만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절망감마저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중년층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여태까지 우리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다 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노년과 청․ 장년을 연결하는 중간허리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그들은 이제 자신의 지난 세월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가 다소 생겼다. 그리고 자신들만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추억과 낭만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년들은 오늘도 자신의 주어진 삶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저자 이철환 프로필
-재정경제부 금융정보분석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초빙위원
-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재직)
*저서- 과천청사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선택, 14일간의 경제여행, 14일간의 (글로벌)금융여행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