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열 변호사의 금융시장 애정 드러나....사법부 개혁 고민도 담아
[뉴스핌=서정은 기자] 은밀하게 이뤄진다. 순진한 사람들만 걸린다. '이때다' 싶을 때는 한참 늦었다.
주식 좀 한다는 사람들이 쉽게 걸리는 늪이 바로 주가 조작이다.
보통 작전 세력들은 주식을 산 후 호재를 퍼뜨린다. 주가가 오른 후 일반 투자자들이 들어올 때 즈음이면 이들은 주가를 팔고 나가기 때문에 늦게 들어온 개인투자자들만 물을 먹는다.
저자(김승열)는 이 같은 시세조정행위를 두고 법조인의 시각에서 바뀌어야 할 부분을 조목조목 짚는다. 공시 내용 검증제도의 부실함과 불성실공시 규제의 미흡함을 지적할 뿐 아니라 불공정거래행위에 가담한 일반인에 대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률가의 시선을 빌린만큼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냉철한 성찰도 드러난다.
키코분쟁(KIKO) 분쟁을 두고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폐해인만큼, 소비자에게 호의적인 대법원 판결이 나오길 소망한다고 언급하거나 엔화대출로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를 두고 '위험이 충분히 고지됐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부분이 바로 그렇다.
최근에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로 인한 피해가 커지는 점을 우려하거나 금융감독원이 독점적으로 해왔던 감독업무에 대한 비판도 인상적이다.
이 같은 시선에는 금융감독위원회 자체규제 심사위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의 위원장, 금융위FIU 자금세탁방지 정책위원회 위원 등 금융, 증권을 망라해 부단히 지평을 넓혀왔던 저자의 행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30년 법조계 외길을 걸어온 자로서의 사법계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다.
최근 화두가 됐던 '황제노역 판결'이나 사법계의 갑을문화, 로스쿨 제도가 보완해야 할 점 등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의견을 개진한다.
김승열 변호사는 "단순한 법률전문인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현상을 법률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분석하고 공유하고 싶어졌다"고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 책을 보고 있자면 그의 바람은 이미 이뤄진 듯 하다. 법률의 프레임을 빌리지만 사안을 보는 시각은 사회 현상과 법률과의 접점을 모색하는데 중점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회사법, 기업금융법, 공정거래법, 지식재산권법 등 광범위한 내용을 현실의 사례를 통해 쉽게 알아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 하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