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 마지막 컷을 촬영할 때까지도 책임감을 어깨에서 내려놓지 않았다는 강지환이 이제야 활짝 웃는다. 강지환은 지난 6월17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에서 김지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첫방(4월28일) 시청률 6.0%로 출발한 ‘빅맨’은 상승세를 타고 차근차근 올라가, 동시간대 부동의 1위였던 SBS ‘닥터이방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빅맨’ 마지막 방송은 첫회보다 두 배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총리와 나’, ‘태양은 가득히’로 이어지던 KBS 월화극의 부진 계보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다.
“열심히 했고 결과도 좋았으니 90점 대는 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애매했다면 찝찝했을 거예요. 마지막에 반응이 있었던 만큼 90점 주고 싶어요. 수우미양가 중 ‘수’요. 감점 10점은 시청률이 10%대라서(웃음).”
[사진=김종학 프로덕션, KBS미디어] |
처음엔 ‘시청률 두 자리만 돼라’고 생각했는데, 시청률 두 자리 성적이 나온 다음에는 또 ‘1위’가 눈 앞에 아른거렸단다. 어지간히 욕심 많은 배우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막방하는 날 쫑파티를 했는데, 그 날도 소주한잔 하면서 ‘1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했거든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카톡이 50개가 와 있더라고요. 순간 ‘잡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축구에서 계속 비기다가 역전골 넣은 기분?”(웃음)
하지만, 이같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과정은 참 험난했다. 앞서 ‘빅맨’은 방송 2회째부터 시청률 하락을 겪으며 난항을 예감케 했다. 강지환은 시청률에 대한 주인공으로서의 부담감과 더불어, 전작 ‘돈의 화신’과 연기가 똑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같은 연기를 한다는 것만큼 배우에게 치명적인 게 없거든요. 제겐 도전이었고, 목표는 하나였어요. ‘빅맨’이 끝났을 때 그 소리가 안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포커스 맞췄죠. 제 경우, 더 하라면 못할 정도로 16회에 맞게 컨디션 조절도 연기도 잘 했던 것 같아요. 원 없이 연기했고, 잘 쏟아냈어요.”
‘빅맨’을 통해 강지환은 ‘믿고 보는 배우’, ‘강지환의 재발견’ 등의 찬사를 받으며 또 한번 브라운관에 강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지난해, 전 소속사가 그를 상대로 낸 소송 등으로 오랜 기간 법적분쟁을 치러야 했던 강지환은 당시의 안 좋았던 기억을 전화위복 삼아 앞으로 더 연기에 뿜어내고 싶다는 의지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힘든 점은, 분명한 팩트(fact)가 있는데 말을 못한다는 거예요. 입을 여는 순간 가십거리가 되고…. 제 인생의 일부인 연기자 생활에 타격이 오는 공허함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그땐 누가 툭 건드려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고 뭔가 저지를 것 같은 울분이 있었는데, 그런 경험이 있어서 (드라마에서) 지르는 게 가능했던 것도 같아요. 울분을 풀 데가 없잖아요. 술도 마시는데 한계가 있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정공법이었어요. 연기로 승부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또 정당한 방법인 것 같아요.”
“사실 한 가지 (감정)톤의 캐릭터가 연기하기 더 쉬워요. 울다 웃다 하는 건 감정연결도 힘들고, 촬영 순서도 차례대로 찍는 게 아니라 계산도 잘해야 하고요. 그럼에도 이런 작품을 택했던 건 내면의 희노애락에 대한 갈구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제가) 차분한 느낌도 들어서, 앞으론 진중한 정통멜로나 단면적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강지환은 누구보다 타이틀롤의 책임감을 막중하게 여기는 배우다. 그는 “이런 부담을 느끼면 사실상 너무 힘들다. 실제 이번 작품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면서, ‘빅맨’을 하면서 주인공 욕심을 조금 내려놓게 됐다고 털어놨다. ‘빅맨’은 배우로서 연기를 대하는 관점을 달리하게 만든 계기가 된 셈이다.
“연기라는 건 이왕이면 즐기면서 하면 좋은데, 모든 스트레스를 짊어지려고 하다 보니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작품 자체를 좀더 돋보이게 하는 (주인공이 아닌)역할도 똑같은 연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주인공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시선이 많이 바뀌었어요. 선배·후배나 작품 자체를 위하는 시선이 생긴 것 같아요.”
“집에 들어갔을 때 나를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
사진=조은회사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