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상 좌담, 최근 잇단 사고원인은 '보여주기식' 안전의식 탓
[뉴스핌=한태희 기자] 최근 잇단 안전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안전의식' 부재를 가장 큰 원으로 꼽고 있다. 개인 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도 '보여주기식' 안전관리로만 대처하다 큰 희생이 잇따르고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희생을 최소할 수 있도록 안전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와 기업이 안전관리에 드는 비용을 비용 대신 투자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최근 잇단 안전사고의 원인과 대응 방안에 대해 안전 관련 분야 전문가인 강원대학교 소방방재연구센터 정영진 소장(이하 정영진 소장), 연세대학교 방재연구관리센터 조원철 센터장(이하 조원철 센터장), 한국소방안전협회 정책연구소 정무헌 연구원(이하 정무헌 연구원)과 인터뷰 내용을 좌담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지난주만 해도 인명피해를 낸 큰 화재 사고가 2건이나 있었다. 안전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정영진 소장=사람들이 안전불감증 상태다. 국가 개조론 얘기가 나오는데 국민성을 개조해야 하지나 않나 생각한다.
지금 일어나는 사고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체면치레만 하고 있다. '하는 척'만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안전관리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관리 점검을 한 척만 하지 실제로 꼼꼼히 하지 않는다. 기업도 보여주기 위해 안전관리 요원이나 안전 시설물을 최소한만 두고 그냥 넘어간다.
이번 전남 장성군 효사랑실천병원 화재 사건을 보자. 환자 수에 비해 당직 간호사가 수가 부족했다. 당직 간호사를 배치했다는 보여주기의 한 모습이다. '하는 척'하는 국민성 개조가 시급하다.
▲조원철 센터장=많은 사람이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는데 이를 '의도적 불감증'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지만 '나는 절대 안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을 국민이 가져야 한다.
-안전불감증이란 말에 동의한다. 개인이 안전의식을 높이면 안전사고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정무헌 연구원=국가가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안전교육을 통해 사고를 예방 할 수 있다.
미국 사례를 보자. 미국 가정에선 불이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교육한다. 피난 훈련을 받는 사람이 3분의 1 정도 된다. 미국 국민의 71%는 화재나 토네이도 등 재해를 대비한 피난 교육을 받고 있다. 또 교육의 47%는 가정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교육은 효과가 높다.
미국 '9·11 테러' 사건 당시 건물 안에 있던 사람 중 12.3%가 사망했고 87.7%는 살았다. 생존자 87.7% 중 1년 이내 소방 교육을 받은 사람이 93%에 달한다. 평소 교육을 받은 사람 생존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조원철 센터장=재해와 재난을 구분해야 한다. 재해는 위험 가능성이고 재난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재해를 예방하는 일을 해야 하고 재난이 생겼을 때 수습하고 치료하는 일을 해야 한다.
헌법 34조 6항에도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국가는 국민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야 한다.
최근 복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안전분야도 넓게 보면 복지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모든 시설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 복지가 높아진다.
▲정영진 소장=소방방재청 등 공공기관 업무도 되짚어봐야 한다. 전문성과 책임감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투자도 안 하면서 전문가를 기대해선 안 된다.
비용 문제로 민간에 넘긴 안전분야도 공공이 떠 맡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소방방재청 예산이 줄어든 것은 문제가 있다.
▲조원철 센터장=소방방재청 예산 감소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안전관리비를 비용으로 본다는 점이다. 지금 국가 재정을 보면 안전관리비가 최하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나 국회 예산처는 안전관리비를 비용으로 생각하고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안전관리비는 투자가 될 수 있다.
▲정무헌 연구원=성장을 우선하다 보니 안전을 소홀히 한 점이 많다. 정부는 안전 관련 예산을 안전 교육에 써야 한다.
사고가 많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낄 때 안전의식이 높아진다. 하지만 사고로 인한 피해가 크다.
안전 교육을 강화하면 안전의식은 자연히 높아진다. 현재 아동복지법에 따라 어린이집에선 안전 교육을 한다. 이를 초·중·고등학교로 넓혀야 한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