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보수적인 기관…일단 금리부터 낮춘 후 추가 대책"
[뉴스핌=김성수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CB는 내달 5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0.15%로 낮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강세였던 유로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
최근 2년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출처: Thomson Reuters] |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여겨진다. 유로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히는 반면, 수입 물가는 반대로 떨어져 유로존 인플레이션에 하락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ECB가 발표한 지난달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0.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ECB 목표치인 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 물가상승률을 낮출 수 있다"며 "이는 유럽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울리치 그릴로(Ulrich Grillo) 독일 산업연맹(BDI) 대표는 ECB의 금리 인하가 유로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유로존은 이미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해 왔다"며 "현 수준에서 금리를 더 내린다 해도 독일 경제나 유로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처: economy.money.cnn.com] |
벨기에 싱크탱크그룹인 브뤼겔 연구소 군트람 울프 소장은 "금리 인하는 다소 소극적인 경기부양책"이라며 "오히려 긴급구제 채권(Bailout Bond)을 매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ECB는 유로존 경기부양을 위해 미국식 양적완화(QE)를 실시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 다만 국채 매입은 유로존 18개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고, 자산유동화증권(ABS)은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어 매입해도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ECB는 다른 정책보다 효과가 낮은 금리인하를 왜 하려는 것일까? 울프 소장은 그 이유를 ECB의 보수적인 성향에서 찾았다.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정책을 쓰기보다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순차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ECB는 일단 기준금리를 내리고 난 다음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며 "(해당 정책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지켜본 다음, 오는 9월이나 10월 쯤에 더 무게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