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우려 높아지면서 기업 생산망도 타격
[뉴스핌=주명호 기자] 아시아를 생산 거점으로 삼아왔던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정학적 긴장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의 현 상황을 '아시아의 봄'이라고 부르며 기업 생산망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랍의 봄'이 2010년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아랍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던 반면, 최근 아시아는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인 긴장, 불안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충돌 우려와 북한의 핵개발 이슈는 이미 오랫동안 이어진 지정학적 갈등이다.
지난해부터 반정부 시위가 지속됐던 태국은 총선 무효 판결과 잉락 총리 해임을 거쳐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여기에 최근 베트남에서 발생한 반중국 시위도 기업들의 공급망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이 베트남과의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에서 석유 시추를 강행하자 베트남에 진출한 중국계 기업들은 당장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아이폰 제조업체인 대만 팍스콘은 3일간 공장을 닫아야만 했고 나이키, 아디다스에 신발을 납품하는 세계 최대 운동화제조업체 유원공업(裕元工业)도 생산이 중단됐다.
일부 기업들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을 더 다양화시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전 세계 50개국에 공급망을 분산시킨 까닭에 이번 베트남 시위가 전체적인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기업들로 하여금 어떤 곳을 선택하던지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유원공업은 4만명이나 참여한 대규모 파업으로 인해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을 중단됐다. 이로 인해 생산 공장을 다른 국가로 옮겼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베트남 시위 사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아시아 내에서 갈 길을 못찾고 헤메는 모습이다. 그동안 저가 생산의 중심지였던 중국이 임금 상승으로 이전과 같은 생산 비용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데다, 다른 국가들 또한 대부분 불안한 국내외 상황에 맞닥드리고 있는 까닭이다.
미얀마가 이런 상황에서 저가 제조업 생산의 마지막 보루로 주목 받고 있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극심하게 열악한 인프라구조로 인해 수년이 더 지나야만 제대로된 진출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FT는 최근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개혁 성공 가능성을 언급하며 오히려 인도가 새로운 생산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