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운동복 대여비 1000원→500원으로 바뀐 사연은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고객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매장에 서재를 마련하고 새로나온 책들을 무료로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을 접었다. 고객의 반응은 좋았으나 도서 분실률이 예상외로 높았기 때문이다.
# 경기도의 한 시는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해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정책을 폈다. 하지만 빌린 후에 반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없던 일로 했다.
소위 '공유지의 비극'이라 불리는 사례들이다. 개인주의적 사리사욕이 결국 공동체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 세종청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 어렵다는 '고시(考試)'를 패스했고, '공유지의 비극'을 다 알만한 엘리트 공무원들도 다를 바 없었다.
세종청사 2동과 6동에는 다목적홀이라는 이름으로 운동시설이 있다. 여기서 공무원들은 농구와 배드민턴, 탁구, 헬스 등을 즐긴다.
세종청사관리소는 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해 목욕시설 앞에 운동복과 수건을 대여해주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탁비 명목으로 1000원을 자율적으로 내게했다. 하지만 최근 500원을 반드시 넣어야 이용할 수 있는 사물함처럼 바뀌었다.(사진 참조)
자율적으로 이용요금을 내게 했지만 정작 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세탁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결국 강제로 500원을 내게 만든 것이다.
세종청사 다목적홀에 마련된 운동복대여기. 원래는 자율적으로 1000원을 내면 운동복과 수건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500원을 넣어야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사진=곽도흔 기자) |
청사 내에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출입이 불가능해 아예 이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양심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의 임용방식을 바꿀 것을 지시하는 등 공직사회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공무원들의 '관(官)피아' 행태, 무사안일도 문제지만 이처럼 기본적인 양심도 지키지 못하는 모습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공직사회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A사무관은 "모두가 다 규칙을 따라 제대로 세탁비를 냈으면 계속 편리하게 사용했을 텐데 결국 모두 불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애초부터 공무원이 공무원을 믿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500원이면 가능한 세탁비를 자율 명목으로 1000원을 책정했다. 이는 무임승차자가 있을 것을 감안하고 요금을 처음부터 높게 잡은 것이다. 성실하게 1000원을 냈던 공무원은 이제라도 손해보지 않는 요금을 낼 수 있게 됐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