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원선 위협 이후 한 달만
[뉴스핌=우수연 기자] 가파른 원화 절상 기조를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1020원선에 근접하자 외환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다.
9일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정부는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외국인 자금 유입, 역외 차액선물환(NDF) 거래 등에 있어 투기적인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외환시장에 대한 기재부의 구두개입은 환율이 1030원선을 위협할 당시인 지난달 10일 이후 한 달만이다.
시장참여자들은 구두개입의 내용보다도 시점에 주목했다. 환율이 1030원대를 하향 돌파할 때도 지켜만 보고 있었던 당국이 1020원대에 근접한 현재 시점에서 구두개입을 내놨다는 것.
9일 원/달러 환율 추이 <출처=Bloomberg> |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환율 하락 속도가 워낙 빠르니 기재부에서 경고성 멘트를 한 것 같다"며 "1020원은 지지될 것이라는 심리를 강하게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의 외환딜러는 "그동안은 당국의 개입이 스무딩 정도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강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으므로, 단기적 지지선을 1020원선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형 유진선물 연구원은 "원론적일 수 있지만 당국이 시장이 쏠림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며 "다만 구두개입성 개입만 했기 때문에 레벨 조정보다는 속도나 변동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1020원대에서 하단을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영향력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1020원선 레벨을 사수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1000원선 붕괴를 염두에 두고 선제적인 구두개입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오늘 당국의 구두개입은 내용보다도 그동안 1030원선 붕괴에도 개입을 하지 않았던 당국이 움직였다는 것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20원대에서 개입을 했다는 레벨 자체보다도 1000원대를 앞두고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에 부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동안 급락에 따른 되돌림으로 1020원선이 단기적으로 지지될 가능성은 높지만, 전반적인 방향 자체가 상승으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오늘 한은과 기재부의 환율 언급이 동시에 나온 날이라 매매하기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레벨 경계감도 높아던 상황이라 이제 추가 하락에 대한 부담감은 생겼다"며 "일시적으로 포지션 정리나 이익실현에 나서면서 환율 반등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펀더멘털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서 방향이 상승쪽으로 전환했는지는 두고봐야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