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프리미엄, 추가 환율 하락 시그널 없어
[뉴스핌=우수연 기자] 원/달러 환율이 5년 9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고 1020원선까지 내려왔다. 두달여만에 50원 넘게 하락했다. 환율 레벨도 문제지만 하락 속도의 측면에서도 원화 강세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외환 전문가들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경상흑자나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내 1000원선을 하향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 CRS 금리 등 몇몇 지표들이 아직까지는 환율 하락 방향으로 의미있는 움직임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고, 현재까지 지속되는 글로벌 달러화 약세도 연말이 되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재료로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 CDS프리미엄+CRS금리, 추가 환율 하락 시그널 없어
지난해 말, 55까지 낮아졌던 우리나라 CDS프리미엄은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60 초반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CDS프리미엄과 달러화대비 환율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현재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다소 오버슈팅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추가적인 하락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달러 약세가 모멘텀을 받고있으니 원화도 강세를 나타내고 경상수지, 무역수지 등 우리나라 펀더멘털을 봤을 때 환율 하락 방향은 맞는 것 같다"며 "다만 속도나 레벨을 봤을때 주의 깊게 보는 몇몇 지표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CDS프리미엄이 60선에서 왔다갔다 하며 환율 하락 모멘텀을 크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CRS 금리도 다소 낮은 편으로 단기 차입성 외환 자금 사정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물 CDS프리미엄 추이 <출처:Check Expert> |
국내의 외화 유동성 여건이 개선되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고 CRS 금리는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 3월말 이후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CRS 금리도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어 실제적인 외화 자금시장 유동성 개선됨으로 환율이 하락했다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지난 한 달 만 놓고 보면 실수급을 반영하며 CRS 금리는 오히려 내렸다"며 "이는 외화유동성이 추가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중순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원/달러 스팟 환율이 당국 개입의 완화로 뒤늦게 정상화되는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의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검토가 가시화되면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내에 기준금리 인상이 부각되기 시작하면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서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을 막아줄 것이라는 얘기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연내 1000원선을 테스트해볼 수는 있겠지만 의미있게 하향 돌파하기는 어려워보인다"며 "올해 하반기로 가면 미국 테이퍼링 종료에 따른 인상시점 논의로 달러화가 강세로 갈 가능성이 있어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당국의 개입 환율 의지가 약화된 상황이지만 시장참여자들은 당국이 원/달러 환율 세자리수까지 용인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어느 레벨에서 당국이 개입을 할지 여부가 변수인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연내) 1000원 근방까지는 갈 것 같지만 원/달러 환율이 세자리수가 깨지면 원/엔 환율 등 다른 통화 영향도 있기 때문에 세자리수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환율 1020원대 진입, 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급락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 펀더멘털의 개선으로 대내외 여건이 개선됐고 당국 개입이 완화됐으며, 역외 시장에서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지난 1일 발표된 우리나라 4월 수출은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월간 기준으로 5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10월 이후 두번째로, 전년비 증가율은 9%로 크게 확대됐다.
OECD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3.4%로 0.2%p 하향 조정한 반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은 4.0%로 0.2%p 상향 조정했다. 이는 국내 국민계정의 통계 편제를 반영한 영향도 있겠으나, 그만큼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개선되며 원화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가 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당국의 환율 개입 경계감이 약화된 것도 1020원선에 진입할 수 있었던 실질적인 이유로 꼽힌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 국장은 "금일(7일) 개장 환율이 전일 역외 NDF 환율 하락폭보다는 적었다"며 "수급 불균형과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가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의 환율 하락에는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기에 현재 환율 수준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9일 현오석 부총리가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에 초점을 맞춰 지켜보고있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의 언급이다.
또한 각국 통화정책 변경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도 원/달러 환율에 주효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의 지위가 확고해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질 때도 엔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화의 경우에도 추가적인 경기부양 정책의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강세를 시현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재의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않을 것이라는 중론이 형성돼있어, 원/달러 환율의 세자리수 하락은 어려워 보인다.
장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하기는 부담스러워 보인다"며 "내일 옐런의 증언도 앞두고 있고 테이퍼링 다음 단계에서 금리 인상이 고민되면 마냥 이렇게 달러화가 약세로 가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