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호 기자] 갑의 횡포로 시끄러웠던 2013년을 보내고 유통업계도 더 이상 '갑질'을 대놓고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와 마주했다.
소비자들은 '갑질'이라는 주홍글씨가 찍힌 기업을 외면했고, 정치권도 민심에 부응했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갑질'에 대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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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업계에 따르면 '갑의 횡포'를 촉발시킨 남양유업은 지난해 사건 이후, 대리점주들과의 관계개선을 제1의 목표로 세우고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여전히 '을'들의 불만이 있겠지만 적어도 그 이전과 같은 상황처럼 '갑을 관계'가 고착화되는 시대는 끝났다"며 "본사직원들이 실적 압박에 눌려 대리점주들을 압박하거나 그런 일들은 요즘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거침없는 출점을 이어가던 편의점업계도 점주들과의 상생을 위해 매장 출점계획까지 접어두며 숨고르기에 나섰다. 점주와의 상생을 최우선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보기 드문 상황까지 연출됐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실제로 장사가 잘 안되거나 24시간 장사가 어려운 가맹점주들을 위한 배려가 선행됐다"며 "밀어내기 관행을 없애고 본사 직원들의 친절을 강화하는 등 점주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까지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화점업계도 팔 걷고 동참했다. 현대백화점은 전 협력사와의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으며 롯데백화점은 매장 관리자와 동료사원 간의 간극을 허무는 사내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갑을 논란 이후, 협력사 자녀에게 장학금 총 5억원 지원, 난치병 자녀 1인당 3000만원 지원, 협력사 사원 상생특강 진행 등 협력사와의 가족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정부도 이러한 유통업계의 움직임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도 관련 법안을 가이드라인으로 마련해 을에 대한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만 갑의 횡포 논란이 해를 넘기면서 시들어가는 분위기는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라며 "정부는 올해들어 '경제민주화'보다는 '규제완화'에 좀 더 관심은 두는 모습이고 을의 고충이 여전히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견도 분분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남양 사태 이후, 모든 유통업계에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가맹점주에 대한 신뢰회복을 최우선으로 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지난해 남양 사태는 한국 유통업계의 커다란 전환점이 됐음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