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능력 조정, 업계 통폐합 재편 노력 가속
생산과잉 해소와 산업 구조조정은 중국 경제가 당면한 주요 현안이다. 생산과잉은 고성장 경제의 산물이지만 지금은 거꾸로 안정성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철강과 시멘트, 전해 알루미늄, 평판유리, 조선 등의 캐퍼 이용률은 72% 73.7% 71.9% 73.1% 75%로 국제평균 수준에 크게 뒤진다. 생산과잉은 기업 수익을 악화시키면서 철강 태양광 분야 기업들을 부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또 경제 성장률도 7%대초반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그래도 중국 당국은 전례없는 기업부도까지 용인하면서 산업 구조조정을 밀어부치고 있다. 비록 성장이 더디더라도 한계기업을 도태시키고 경쟁력을 갖춘 기업위주로 시장을 재편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계사업의 과감한 철수와 사업구조재편,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경쟁력 향상, 생산효율과 시장 브랜드 경쟁력 제고 노력이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금 등 자원의 효율적 배분정책을 통해 산업구조의 선진화 재편에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 산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은 당장은 진통이지만 장기적으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양약이라고 할 수 있다. 5세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산업구조재편과 경제성장방식의 전환을 최우선 개혁과제로 추진하고 나섰다. 정부 당국은 최근 13.5계획(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2016년~2020년)의 밑그림 설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13.5계획기간중에는 중국 산업의 중심이 전통제조분야에서 첨단 정보기술(IT) 우주 환경 바이오 등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5~6년이면 중국 산업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재편될 것이라는 얘기다. 환골탈태를 위한 중국 산업구조 재편의 용트림을 점검하고 우리가 어떤 대응방안을 모색해야할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핌=조윤선 기자]일부 산업의 심각한 생산과잉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표적인 생산과잉 업종 중 하나인 철강은 올 3월에 영업 이익이 다소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그 동안의 막대한 손실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올 1분기 철강업계 전반의 적자규모는 41억 위안(약 6800억원)에 달했다. 중국 당국은 환경문제 등 생산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철강 업종에 대대적인 철퇴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는 중국 철강업계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와 산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 적자 '눈덩이', 기업 부실가중 그래픽: 송유미 기자.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중국철강협회의 최근 데이터를 인용, 올 1~3월 주요 철강업체의 누계 적자 규모가 23억 위안(약 3800억원)에 달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비록 3월에 주요 철강업체가 5억 위안의 흑자를 달성했지만, 1~2월의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는 부족한 액수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올 1분기 중국 철강업계 전반의 적자규모는 41억 위안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왕샤오치(王曉齊) 중국철강협회 부회장은 "2013년 국내 철강업계가 실제 거둔 수익은 229억 위안(약 3조8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본업인 철강사업에 의한 수익은 51억 위안(약 8500억원)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178억 위안은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A주 철강 상장사들의 올 1분기 실적은 부진했다. 샤오강쑹산(韶鋼松山 000717.SZ)은 1분기 적자가 3억 위안(약 500억원)에 육박, 화링(華菱 000932.SZ)철강도 같은기간 1억1000만 위안(약 167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최근 산시(山西) 성 최대 민영 철강기업 하이신(海鑫) 철강이 30억 위안(약 5000억원) 규모의 은행 대출 상환에 실패해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 파산지경에 놓여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 적자규모가 업체의 재무제표에서 드러난 것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영업 적자를 내는 주 요인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강재 가격 하락에 있다. 중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3월 말까지 강재종합가격지수(CSPI)가
95 아래로 떨어져 6개월째 100을 밑돌았다. 이는 20년래 최저 수준이다.
강재종합가격지수(CSPI)는 중국철강협회가 1994년 철강가격을 기준(100)으로 강재, 판재, 관재, 선재 등으로 구분하여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세부지수 및 종합지수를 말한다.
CSPI가 95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철강가격이 20년 전인 지난 1994년도 가격보다 5% 넘게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둥(山東)성 철강업계 관계자는 "강재 가격 하락은 철강업체의 자금 회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 부채율이 60%이상으로 높은 철강업체에 강재 가격 하락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허베이(河北)성 야금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1~2월 허베이성의 35개 철강업체가 적자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적자 상태에 놓인 허베이성 철강 업체는 2013년 말 보다 23곳이 늘었다. 이는 통계에 잡힌 허베이성 전체 철강업체의 48%를 차지한다.
왕샤오치 철강협회 부회장은 "올 1분기까지 철강 생산 및 가공 등 철강업계 주요 사업이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며 "철강 업계의 본격적인 불황이 시작되면서 도태되는 기업들이 대거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업계 고강도 구조조정, 경쟁력 향상
이에 따라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왕 부회장은 "현재 철강업계에서 전례없는 국유기업 개혁이 추진 중"이라며 "바오강(寶鋼), 안강(鞍鋼), 허베이 철강 등 국유 철강업체의 개혁이 심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3월 리커창(李克強) 총리는 지난달 5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올해 안으로 중국 철강 설비 중 2700만톤(t)을 강제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총 생산능력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 국무원은 작년 10월 철강·시멘트·조선 등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2017년까지 총 1억t의 철강 생산 설비를 폐쇄할 방침을 밝혔다.
당시 국무원은 △업계 진입 및 규범화 관리 강화 △생산과잉 프로젝트에 대한 토지 규제 강화 △생산과잉 업종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 △신규 생산시설 증설 금지 △업체간 인수합병 및 퇴출 장려 △환경 기준 강화 및 전기·수도세 인상 등의 정책을 추진해 고질적인 생산과잉 문제를 뿌리 뽑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생산 과잉 업종 중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된 철강 산업의 경우 산둥과 허베이, 랴오닝(遼寧), 장쑤(江蘇), 산시, 장시(江西) 등지의 철강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철강 생산능력을 향후 5년간 8000만t 이하로 축소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과잉과 노후 설비로 인한 에너지 과다 소모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 더는 중국 철강업계의 생산과잉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와 함께 업계 내부에서도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매체는 침체에 빠진 철강업계가 전자상거래 물류 분야 개척으로 신 수익기반 확보와 함께 새로운 영업 활로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컴퓨터 마우스 하나만 움직이면 인터넷상에서 철강 구매가 가능한, 철강업계의 전자상거래 진출이 2013년 이후부터 업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철강업계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판로를 확대해, 넘쳐나는 제고 처리와 수익성 악화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톈(中天)철강그룹 저우궈취안(周國全) 부총재는 "철강 업계 호황 시설 1t당 수 천 위안의 수익을 냈었지만 지금은 1t당 수 백 위안으로 수익 규모가 축소됐다"며 "판매 단계 축소와 유통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자상거래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도 "철강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비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며 "철강 업계가 적자를 면하려면 철강 가격에서 20%를 차지하는 물류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처럼 철강무역상을 통해 판매할 경우 철강 1t당 15위안의 비용이 발생하나, 전자상거래를 통하면 이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절감을 위해 철강 업체들이 전자상거래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왕이재경(網易財經) 등 일부 중국 매체는 철강 업계 생산 과잉이라는 배경 속에서 철강 생산 및 물류 업체 등 관련 업체가 물밀듯이 전자상거래 사업에 진출하면서 향후 경쟁이 격화됨과 동시에 업계 재편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물류협회에 따르면 2013년 7월 기준, 바오강구펀(寶鋼股份)과 상하이강롄(上海鋼聯) 외에 전자상거래 플랫폼 설립 사업 구상을 발표한 89개 기업 중 17개가 철강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下 편에 계속>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