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남편(이승준)과 남부럽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승연(이은우)에게는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간절히 원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아이를 가지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그는 우연히 병원에서 원치 않은 아이를 가져 곤란에 빠진 소영(전수진)을 만나게 되고 그에게 위험한 제안을 한다. 둘은 서로의 결핍을 메우기 위해 깊은 숲 속 별장에서 새로운 생명을 함께 기다린다. 하지만 안락한 평화도 잠시, 낯선 이들이 방문하며 두 사람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겹친 격으로 별장에 방문한 승연의 남편이 별장 주위를 맴도는 정체불명의 화가(김영재)를 만나게 되면서 승연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와 아이를 원하지 않는 소녀의 서로 다른 욕망을 통해 생명의 탄생과 구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시에 미혼모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무겁지 않은 선에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김기덕 감독의 다섯 번째 각본·제작 작품에도 불구, 김 감독 특유의 색깔이 크게 묻어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기덕 사단의 유일한 홍일점 문시현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확실히 달라졌다. 물론 그간 김 감독의 작품들처럼 영화는 불편함 속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주제를 전달하지만, 극도로 잔인하면서도 불편한 상황이나 감정이 이어지는 건 아니다. 더욱이 문 감독은 한 생명을 사이에 둔 두 여자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다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그들의 정서를 온전히 전달,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배우 이은우와 전수진의 연기 역시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전작인 김 감독의 ‘뫼비우스’(2013)를 통해 완벽한 1인 2역 연기를 선보인 이은우는 이번 영화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여자 승연을 열연했다. 그는 승연을 통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혔다.
‘신의 선물’을 통해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신예 전수진은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준 상큼 발랄한 모습에서 벗어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경험해보지 못한 모성애 연기를 선보인 그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역할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며 극의 완성도에 기여했다.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