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연기력을 보여주는 '어거스트:가족의 초상'의 주인공 메릴 스트립 [사진='어거스트:가족의 초상' 스틸] |
세계적 희곡작가 트레이시 레츠의 ‘어거스트:오세이지 카운티’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배우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이다. 두 사람은 각각 히스테릭한 모녀지간 바이올렛과 바바라를 맡아 런닝타임 내내 서로 물어뜯고 싸운다. 두 배우의 어마어마한 연기력에 이완 맥그리거와 줄리엣 루이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크리스 쿠퍼, 아비게일 브레슬린, 줄리엔 니콜슨 등 조연들이 어째 빛바랜 느낌이다.
영화는 가장의 자살을 계기로 오랜만에 본가에 모인 가족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간 입 밖으로 꺼내지만 않았을 뿐, 저마다 경천동지할 사연을 품은 가족 구성원이 막장 사연을 하나둘씩 쏟아내며 벌어지는 소동이 기막히다. 클럽 DJ들 마냥 쏟아내는 속사포 랩 같은 19금 험담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주축이 되는 배우는 역시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다. 약에 절어 사리분별도 불가능한 바이올렛과 그런 엄마와 사사건건 대거리하는 딸 바바라를 보노라면 이런 막장도 드물다. 두 배우가 만들어낸 호흡은 블록버스터나 스릴러 못지않게 숨이 막힐 정도. 그런 둘의 틈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조연들의 연기하모니는 작품의 훌륭한 양념이자 빠져선 안 될 필수요소로 작용한다.
문제의 장면. 영화 '어거스트:가족의 초상'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대목이다. [사진=영화 '어거스트:가족의 초상' 스틸] |
메릴 스트립은 자신의 연기가 절정에 달했음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아카데미가 가장 사랑하는 그의 연기력은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진가를 발휘한다. 음악에 맞춰 풀린 눈으로 춤을 추는 장면, 남편을 땅에 묻고 와 가족 구성원과 밥상머리 앞에서 벌이는 20여 분간의 설전은 최고다. 특히 상황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연기가 예술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그가 맨정신인 장면은 얼마 안된다.
기막힌 궁합을 보여주는 줄리아 로버츠와 메릴 스트립 [사진=영화 '어거스트:가족의 초상' 스틸] |
이에 맞서는 줄리아 로버츠의 악다구니 연기도 볼만하다. 줄리아 로버츠는 육탄전까지 불사하며 엄마를 과격하게(?) 걱정하는 딸 바바라를 열연했다. ‘연기의 신’ 메릴 스트립과 줄리아 로버츠의 척척 맞는 몸짓과 대사는 실제 모녀를 떠올릴 만큼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물론 ‘어거스트:가족의 초상’ 속 이야기가 다소 불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가족 간의 사랑과 신뢰가 짙게 깔려 있음을 영화가 끝날 즈음 깨닫게 된다. 3일 개봉.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