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러드 타이즈'의 주인공 클라이브 오웬(왼쪽)과 빌리 크루덥 [사진=영화 '블러드 타이즈' 스틸] |
19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블러드 타이즈’는 엇갈린 운명으로 오래 갈등해온 형제의 이야기다. 소년 시절 범죄에 발을 들인 자유분방한 형 크리스(클라이브 오웬)와 사명감 투철한 경찰로 성장한 동생 프랭크(빌리 크루덥)가 주인공이다. 언뜻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위 오운 더 나잇’(2007)이 떠오르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러드 타이즈’는 실종된 형제의 믿음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다른 길을 걷는 탓에 인연을 끊고 살다시피 한 형제를 이어준 계기는 크리스의 출소였다. 좋든 싫든 형제이기에 심성착한 프랭크는 일자리까지 구해주며 내심 개과천선을 기대한다. 하지만 천성을 버리지 못하는 크리스 탓에 프랭크의 인생까지 꼬이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크리스의 전처 모니카(마리옹 꼬띠아르)와 새 연인 나탈리(밀라 쿠니스), 프랭크의 첫사랑 바네사(조 샐다나) 등 다양한 인물이 뒤엉키면서 형제의 운명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블러드 타이즈’에서 주의 깊게 볼 부분은 기욤 까네의 ‘용병술’이다. 영화를 보노라면 기욤 까네의 인물 다루기에 내심 감탄이 터진다. 기욤 까네는 절대 배우들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블러드 타이즈’ 속 배우들의 비중은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나눠져 있다. 마리옹 꼬띠아르(기욤 까네의 아내이기도 하다)의 존재감이 떨어진다 싶을 때 ‘빵’하고 사건이 터지는 전개를 보면 감독의 리듬감에 탄복하게 된다.
프랑스 감독이 바라본 미국의 1970년대는 스크린 속에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샘 쿡, 에이스 프렐리 등 전설적 뮤지션들의 곡이 OST로 사용돼 객석을 추억에 젖게 한다. 영국 팝밴드 The Rubettes의 명곡 ‘슈거 베이비 러브(Sugar Baby Love)’나 리틀 리처드의 ‘머니 이즈(Money is)’가 흘러나올 때는 귀가 번쩍 뜨인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블러드 타이즈’의 주인공, 영국배우 클라이브 오웬(50)의 재발견이다. 이 배우가 이토록 압도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었는지 솔직히 이전 작품만 봐서는 몰랐다. 물론 잘 받아쳐준 빌리 크루덥의 열연이 뒷받침됐겠지만, ‘블러드 타이즈’에서 그가 뿜어내는 아우라는 무서울 만큼 묵직하다. 특히 기막힌 임팩트를 안겨주는 마지막 신은 ‘블러드 타이즈’의 메시지를 압축한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