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금융당국, 환율쇼크 최소화 방안 고심
[뉴스핌=강소영 기자] 위안화 약세 흐름이 급격한 자본 유출과 함께 중국 경제 안정을 위협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 금융당국도 위안화 환율 '쇼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계 안팎에서는 시중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으며,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을 막기위한 토빈세 부과 도입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1~2월 중국의 경제 지표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돈 것은 중국 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SG는 "중국의 경기 둔화세가 중국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며 "중국이 자본 유출을 상쇄하기 위해 2분기에 지준율을 50bp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SIC) 관계자는 이번 달 초 "경제 성장률이 목표치(7.5%)에 못 미치는 7.0%로 떨어지면, 인민은행이 통화 완화를 위해 지준율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본토 부동산 기업은 8~10%의 높은 금리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위안화 가치가 지속해서 오르던 시기에는 위안화 환율로 채권 발행 금리를 상쇄할 수 있었지만, 위안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부동산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13년 4분기에만 중국 부동산 기업이 홍콩에서 발행한 채권 규모는 80억 달러를 넘었다. 일부 중소 부동산기업 채권금리는 10%를 넘었다. 일례로, 우저우인터내셔널(五洲國濟)이 발행한 채권의 쿠폰금리13.75%에 달했다. 최근 한달여간 위안화가치가 2% 하락했음을 감안할 때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부담이 가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부동산 시장은 중국 그림자 금융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부동산 시장의 급랭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준율 인하에 섣불리 나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도 지준율 인하에 대한 당국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지준율 인하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부동산 투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수 있기 때문이다.
◇ 가파른 위안화 절하...중 금융당국 대응책 고심펑원셩(彭文生)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수석 경제학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경제 둔화 속도가 더울 빨라지지 않은 한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지준율 인하의 경제 부양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중국은 지난 2012년 환율변동폭을 확대한 지 한 달 만에 지준율을 인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2년 중국이 지준율을 검토할 당시 금리수준의 기준이 되는 7일물 담보형 환매조건부채권의 금리는 4% 정도였다. 지준율 인하 후 2.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7일물 담보형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는 3%를 밑돌고 있다. 이번달 18일에는 2.6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준율 인하를 하지 않아도 금리 수준이 충분히 낮은 상황이라는 것.
게다가 2월 위안화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5억 위안이 늘어난 6445억 위안에 달했다. 시중 유동성이 풍족하다는 의미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풍부해도 현재 중국 경기는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경기의 관계가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즉, 지준율을 인하해도 경기 부양 효과가 미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밍(哈繼銘) 골드만삭스 중국지역 수석전략가는 "통화와 경기의 관련성이 약화된 상황에서, 지준율 인하 등으로 통화정책이 완화되면 위안화 평가절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하이빈(朱海斌) JP모건 중국 경제학자도 "지준율 인하와 통화 확장 정책이 경제부양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중국 경제구조의 불균형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일년간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중앙은행의 지난 1년의 노력이 지준율 인하로 물거품이 될 수 있기때문에 지준율 인하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금융당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국제투기 자금의 급격한 중국 이탈을 막기 위해 토빈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달 26일 '2013년 중국 자금 국내외 유동 관찰보고'에서 국내외 자본의 중국 유출입 확대로 위안화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며, 토빈세를 도입해 핫머니를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도 토빈세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장푸난(張芙楠) 국가정보센터(SIC) 세계경제연구실 부주임은 24일 중국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에 기고를 통해, 위안화 가치하락으로 인한 리스크를 얕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토빈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연쇄반응에 주목해야 한다. 자산가치의 급격한 축소와 대량 자본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토빈세를 도입해 유동성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준율은 시중은행이 고객의 예금 중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현금 비율을 말한다. 지준율을 낮추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많아져 통화 완화 효과가 발생한다. 토빈세는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제 투기자본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으로 통화가 급등락, 통화위기가 촉발하는 것은 막기 위한 규제 방안이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