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규제개혁 미온적, 책임질 것"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를 언급하며 공인인증서 문제를 지적했다. 또 수시로 돌발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주도했으며, 규제를 '죄악'으로 강하게 규정하기도 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후 2시에 시작한 이날 회의는 밤 9시5분에 끝났다. 세션 1과 2 사이에 있었던 20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도 6시간45분 동안 마라톤 회의가 이어졌다.
저녁 7시30분쯤 토론 사회자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가 "세션2가 시작된 지 2시간 반이 조금 지났다"며 "10분만 쉬는 게 어떨까 하는데 양해하느냐"고 박 대통령에 건의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오신 분들이 그래도 다 말씀을 하셔야겠죠"라며 "몇 분이 더 계시느냐"고 물었다. "8명 남았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냥 진행하는 게 나으시겠죠"라며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통해 "드라마를 본 수많은 중국 시청자들이 극중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의상과 패션잡화 등을 사기 위해 한국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결제하기 위해 요구하는 공인인증서 때문에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고 한다"며 "우리나라에서만 요구하고 있는 공인인증서가 국내 쇼핑몰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인터넷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인 `액티브X`를 온라인 시장을 저해하는 암적 규제로 지목했다.
이 부회장은 "액티브X는 본인 확인 결제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 하는, 한국만 사용하는 특이한 규제"라며 "한류 열풍으로 인기 절정인 `천송이 코트`를 중국에서 사고 싶어도 못 사는 게 바로 액티브X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그는 "전자상거래 국제수지 적자가 7200억원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온라인 시장이 미국의 5분의 1에 그치는 낙후된 현실이 액티브X 때문인지도 모른다"며 "이런 규제를 액티브하게 엑스(퇴출)쳐 달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토론 도중 수시로 마이크를 잡고 돌발질문을 던져가며 생생한 토론을 유도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답변을 하느라 진땀을 빼는 참석자들의 모습은 TV를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이지철 현대기술산업 대표이사가 제기한 각종 인증제도 문제점에 대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관련 개선 방안을 설명하는 도중 박 대통령은 "잠깐만요"라며 끼어들었다.
박 대통령은 윤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최신 정보를 올려 관계되는 분들이 인증에 대해 훤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윤 장관이 “현재 인증관련 콜센터 ‘1381’을 개통했다”고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데 1381을 많이 아시나. 모르면 없는 정책과 같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현실에도 안 맞는 편견으로 인해서 청년들이 많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다 막는 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불필요한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 '사생결단' 등 표현했던 것에서 '죄악'으로 강도를 높인 것이다.
학교보건법 때문에 학교 옆 관광호텔 건립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의에 대해 박 대통령은 “내 아들딸이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가서 잘 지냈으면 하는데 이런 쓸데 없는 규제들, 또 잘못된 시행령 때문에 콱콱 막히면 부모 입장에서 화가 난다"며 "과연 이런 시행령이 지금 시대에 맞나. 이것이 과연 일자리 원하는 청년들이나 직업 구하려 애쓰는 수많은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꾸 이슈화시켜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규제 개혁의 이유가 일자리 창출, 경제 혁신에 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공무원의 적극적인 마인드를 강조했다. 대통령은 "앞으로 이 규제개혁에 대해 저항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갖게 된다면 반드시 책임질 수 있다"며 "물건을 빼앗는 것만 도둑질이 아니라 자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규제에 따라 빼앗는 것도 도둑질"이라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기자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