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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천년고도 경주 방폐장, 안전 '강조 또 강조'

기사입력 : 2014년03월11일 15:57

최종수정 : 2014년03월11일 16:07

[뉴스핌=홍승훈 기자] 신라 천 년의 고도(古都) 경주. 불국사 석굴암 등 명승고적으로 유명한 이 곳에 방사성폐기물을 매립하는 방폐장이 들어선다. 지난 2005년 부지선정 전후부터 최근까지도 10여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방폐장이 어느덧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여념이 없다. 공정률 99.25% 수준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3주년(3월11일)을 맞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기자단은 안전점검 차원에서 10일 이 곳을 찾았다. 서울서 KTX를 타고 신경주역에 내린뒤 대형버스로 갈아타고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위치한 방폐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경주 시내의 능, 묘, 고분들. 언제나 한결같은 경주만의 고즈넉함과 옛 느낌은 그대로 였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보기에도 시원하게 뻗은 덕동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6만 경주시민의 주요 식수원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정부에선 보강공사를 마쳐 방폐장으로 인한 오염 우려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칫 잘못될 경우 이곳이 가장 걱정스럽다.

경주 시내서 40km가량 떨어진 방폐장까지 버스로 50여분을 달려가니 큰 동굴 입구의 국내 유일 방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은 아직 부지선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중저준위 방폐물(80만 드럼분)을 처분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장소다.

안전을 위해 해수면보다 80~130m 더 낮은 곳에 동굴식으로 만든 경주 방폐장의 1단계 처분시설은 보관 및 처분용량이 10만 드럼 규모다. 현재는 월성과 울진원전 등에서 나온 방폐물 4243개 드럼은 이미 도착해 있다.

이 곳에는 주로 국내 원전에서 사용된 작업복이나 장갑, 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낮은 중저준위 방폐물이 보관 처분된다. 국내 23개 원전(운영중인 원전은 22개)에서 나오는 모든 중저준위 방폐물이 폐기된다는 얘기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난 10일 경주 방폐장 입구서 현장 직원들로부터 방폐장 구조 및 안전성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일단 1단계 공사가 마무리중인 동굴처분시설로 가기 위해 대형버스에서 내려 현장소장의 브리핑을 듣고 17인승 미니버스로 갈아탔다. 컴컴한 동굴을 지나 1300m 가량을 들어가니 사일로(저장동굴)가 나타났다. 대형 캡슐을 세운 모양의 콘크리트 사일로는 높이 50m, 지름 25m, 벽두께도 무려 1.6m에 이른다. 이같은 사일로가 모두 6개다.

안전모와 장갑을 끼고 미니버스에서 내리자 동굴안 공기는 많은 분진으로 채워져 있어 공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현장서 만난 한 직원에게 항상 이렇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한다. 이 곳에서 24시간 근무를 한다는 직원의 말이다. 총 사업비 1조5657억원을 들여 10여년간 진행된 방폐장 공사기간 동안 현장직원들의 고충이 어느정도였을지...

공단 관계자는 "지금은 청소중이라 분진 등 먼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공사가 끝나고 청소를 하면 동굴안 공기는 깨끗해진다"고 답했다. 다만 수년간 이같은 환경에서 일해온 현장 근로자들에겐 의미없는 얘기다.

사일로 1개에 들어가는 방서성폐기물 드럼통은 모두 1만6700여개. 이렇게 6개 사일로가 다 채워지면 폐쇄된다고 한다. 현지 공단 관계자는 "이 방폐장은 60년뒤 폐쇄되는데 이 안에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총 300년이 지나면 방사능이 모두 사라져 일반 폐기물과 같아진다"며 "그때까지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전해왔다.

최근 수년간 불거진 방사능 노출 우려들도 모두 해소됐다고 공단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 곳 경주 방폐장은 2005년 방폐장 부지선정이후 지하수 유입과 연약 암반문제 등으로 공사기간이 잇따라 지연된 탓에 애초 완공시점이 4년여 늦춰졌다.

현지서 만난 공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하루 600~700톤 가량(과거엔 2000~3000톤)의 지하수가 나오는데 사일로 콘트리트에 지하수가 닿아도 문제가 없도록 보강공사를 마쳤다"며 연약 암반문제를 해결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중저준위 방폐물은 원전 1호기당 100~150드럼이 연간 배출된다. 지금까지 30년동안 쌓인 게 10만드럼 가량으로 이것들이 이 동굴처분시설로 오는 6월 준공되면 연간 1만개드럼씩 이 곳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또 1단계 이후 2단계 프로젝트로는 지상에 만들어지는 천층처분시설이다. 이 시설 저장용량은 조금 더 많은 12.5만 드럼 규모로 2016년 12월 준공이 예정돼 있다. 다만 지하 10m 가량만 파고 저장하는 방식이어서 1단계에 비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후 3단계 공사인 60만 드럼을 처분할 공간은 아직 구체적인 공사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중저준위 방폐물은 그나마 이정도 공간확보가 돼 한시름 놓았다. 문제는 해마다 700톤씩 배출되는 고준위 폐기물. 10년뒤 완전 포화상태가 예고됐지만 아직 부지확보조차 못한 상태다.

더욱이 여기에 수명이 끝난 원전까지 연장가동할 경우 포화시기는 더 당겨질 수 있다. 보다 빠른 여론수렴과 정부 정책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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