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자 이머징마켓 채권, 미국 주식에서 발 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 일로로 치닫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이머징마켓 전반에 걸쳐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이다. 특히 채권시장의 자금 썰물이 두드러진다.
또 뉴욕증시가 최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분기 실적과 이익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치는 만큼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증폭됐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28일(현지시각) 펀드 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 관련 펀드 자금이 400억달러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유출액인 510억달러에 근접한 수치다.
특히 이머징마켓의 현지 통화 표시 채권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태국, 터키 등에서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팔자’의 도화선으로 지목된다.
브라질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머징마켓의 성장 둔화가 이미 가시화되기 시작한 만큼 관련 투자가들이 자산시장의 비중을 축소하고 나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업계에 따르면 자산 규모 3조달러 이상의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 비중이 2월 기준 56.2%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60%에서 크게 하락한 것은 물론이고 전월 수치인 56.4%에 비해서도 상당폭 떨어진 것이다.
특히 최근 뉴욕증시의 강세 흐름은 중장기 투자자들이 아니라 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딜러와 브로커가 주도한 정황이 확인됐다.
레그 메이슨의 스티븐 블레이버그 자산배분 헤드는 “지난해 4분기 기업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만큼 향상되지 않았다”며 “펀더멘털이 밸류에이션에 충분히 반영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의 더글러스 고든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힘든 상황을 맞았다”며 “이머징마켓의 지정학적 리스크부터 겨울 한파의 미국 경제 지표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까지 혼란스러운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