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투자 지연 및 위축 확산 경계
[뉴스핌=양창균ㆍ김기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징역이 확정됨에 따라 오너리스크 장기화, 투자 지연 및 위축 등이 우려되고 있다.
대법원 1부는 27일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54) SK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의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에서 펀드 출자한 돈 465억원을 국외로 빼돌려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을 받았다.
동생 최재원(50) 수석부회장도 이날 징역 3년 6월이 확정됐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과 횡령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1년 가량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최 회장은 가석방 등이 없다고 한다면 남은 형기인 3년을 더 복역해야 하고 최 부회장도 1심 구속기간 6개월을 뺀 2016년 9월까지 3년 형기를 채워야 한다.
선고 직후 SK그룹은 긴급회의를 열고, 회장 부재에 따른 위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실로 다가온 ‘오너리스크’
대법원의 원심 확정에 따라 SK그룹의 오너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그룹의 중대 의사결정 및 투자 등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우선 내달 주주총회 이전에 이들 형제의 등기이사 사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 회장은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C&C 등 4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다. 최 부회장도 SK네트웍스, SK E&S 등 2개 회사에 이사를 맡고 있다.
SK그룹의 양대 축인 통신과 에너지 중 에너지 분야 최대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하락세가 그룹 전반으로 퍼져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를 비롯해 SK종합화학ㆍSK루브리컨츠ㆍSK인천석유화학 등 에너지 관련 자회사들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 가까이 날아갔다.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SK에너지의 실적 악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1조3818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든 것이다. 매출액도 9% 감소해 66조6747억원에 그쳤으며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의 쓴 맛을 보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 최태원 회장 부재에 따른 그룹의 오너리스크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나지 않겠느냐”며 “에너지 사업은 총수의 결단과 실행력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MS 50% ‘흔들’…투자 위축 우려
그나마 SK텔레콤이 통신 분야 1위를 지속 중이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추격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 50%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그룹의 ‘돈줄’인 만큼 투자와 서비스를 지속해왔으나 KT가 신임 황창규 회장 체제를 갖추며 비상 경영에 돌입했고, LG유플러스 공세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룹의 신규 사업과 해외 사업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단적으로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은 호주 유류 공급업체인 유나이티드 페트로럼의 지분 인수 참여를 검토했으나 불발된 바 있다. 또 STX에너지 인수 불발과 동남아, 중남미에서의 인프라·자원개발사업 수주 난항도 최 회장 공백으로 인한 결과로 관련 업계는 본다.
그룹가치 300조원 달성을 위한 투자 또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은 지난해 16조6000억원을 투자, 전년 보다 10% 늘렸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여성 일자리 등 고용과 예정된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고 내다봤다.
앞서 SK는 지난해 계약직 58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4대그룹 가운데는 처음이었고, 규모로는 주요 대기업 중 최대였다. SK는 향후 3년간 계약직 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오는 2015년에는 3%까지 낮추기로 한 바 있다.
◆경제살리기? 재계도 ‘당혹’
최 회장의 실형이 확정되자 SK그룹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 부재 장기화에 따른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룹은 당초 파기환송을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지난해 9월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 환송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영한 대법관은 판결에서 위장계열사 등에 수천억 원을 부당지원하고 세금을 포탈한 점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임금지급 관련 업무상 횡령과 일부 배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혁신 계획 등이 경제살리기 모드였으나 이번 판결에 따라 고용 및 투자 위축 우려가 주요 그룹까지 번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SK그룹 관계자는 “향후 그룹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