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끼 연기를 마음껏 펼쳐 보이는 제니퍼 로렌스 [사진=영화 '아메리칸 허슬' 스틸] |
이런 점에서 ‘아메리칸 허슬’은 주목 받아 마땅하다. 깐깐한 아카데미가 먼저 인정한 이 작품은 3월3일(한국시간) 열릴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10개 부문에 후보를 배출하며 가장 핫한 영화로 떠올랐다.
보편적 영화팬의 시선에서 봤을 때 ‘아메리칸 허슬’의 매력이 뭔지 알아차리는 데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FBI 수사관이 가세한 기상천외한 사기극-을 재구성한 이 영화는 초반 놀이판을 까는 데 살짝 뜸을 들이며 영화팬을 애태운다.
데이빗 O.러셀 감독은 시간을 오래 끌지 않는다. 성질 급한 관객이 슬슬 졸음을 느낄 무렵 영화는 비로소 명배우들의 연기 향연을 시작한다. 각각 천재 사기꾼과 의욕 만점 FBI요원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과 브래들리 쿠퍼의 기싸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는 에이미 아담스, 제니퍼 로렌스 등 명품조연들의 연기를 더하며 스토리의 뼈대에 살을 붙여간다.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에 모두 노미네이트된 이 ‘미친’ 배우들의 연기는 놀랍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이 될 정도. 이미 정점에 다다랐기에 평범해 보일 지경이랄까. “프로는 이렇게 연기하는 거야”라며 뻐기듯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거침없고 신랄하며 우리 삶 깊숙하게 파고들어 있다. 속고 속이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삶의 영광과 나락, 배신과 사랑 등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가 있다.
굳이 누구를 콕 집어 이야기하라면, 단연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를 언급하고 싶다. 지난해 데이빗 O. 러셀 감독과 합작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아카데미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꿰찬 이 신예는 한층 진득한 연기를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네 배우 중 분량은 가장 적으면서도 존재감 하나는 무시무시하다. 건즈 앤 로지스의 리메이크로도 유명한 곡 ‘리브 앤 렛 다이(Live and let die)’에 맞춰 펼쳐지는 그의 ‘똘끼만점’ 연기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그의 연기를 보노라면 과연 이 배우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가슴이 벅찰 정도다. 작품 안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은 ‘아메리칸 허슬’에서 찬란하게 빛난다. 그의 연기는 괴악하면서도 애틋하다. 이런 능청맞은 이중적 연기가 가능한 젊은 배우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의 전개도 매끄럽다. 정치계 거물을 끌어내리기 위해 사기꾼을 영입한 FBI 요원의 기지와 패기가 점차 객기임이 드러나는 과정이 묘한 긴장감과 쾌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카메오급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스토리 진행에 기름칠을 해준다. 특히 중간에 아주 짧게 등장하는 로버트 드니로의 존재감은 요즘 네티즌이 즐겨 쓰는 말처럼 ‘후덜덜’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