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허세 여행가 상진(전석호)은 시나리오를 마무리한다는 핑계로 홀로 깊은 산 속 주인 없는 펜션을 찾는다. 그는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청년 학수(오태경)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학수가 갓 출소한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지나치게 친절한 그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펜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위협적인 사냥꾼, 다짜고짜 하룻밤만 묵게 해달라는 무례한 손님들과 마주치며 괜한 짜증과 왠지 모를 위협까지 느낀다. 설상가상, 그날 밤 내린 폭설로 상진은 낯선 사람들과 펜션에 고립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불길한 일의 시작에 불과했다. 함께 고립된 손님 중 한 명이 피를 흘린 채 시체로 발견된 것. 의문의 살인사건 앞에서 상진의 오해와 의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리고 학수의 형이자 뒤가 구린 경찰(최무성)이 등장하면서 그의 공포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조난자들’은 데뷔작 ‘낮술’(2009)로 국내는 물론 세계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충무로의 기대주 노영석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영화는 첫인상과 선입견이 만드는 오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는 물론, 배경이 된 강원도, 외딴 곳으로 여행을 온 청년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은 전작 ‘낮술’과 묘하게 닮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노 감독 특유의 위트와 살아있는 캐릭터가 스릴러 장르에 맞게 변형돼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뭐니 뭐니 해도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허를 찌르는 전개다. 실제 노 감독이 여행 중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설레고도 낯선 여행지에 수상한 사람들을 하나둘 등장시키며 공포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그 공포감이 극에 달할 때 노 감독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스토리를 풀며 관객의 상상력을 뒤엎는다. 생각해보지 못한 결말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앞서 나왔던 결말의 근거들이 뇌리를 스치는 통에 관객은 기억의 조각을 맞춰 나가기에 바쁘다.
배우들의 연기도 눈에 띈다. ‘조난자들’로 처음 스크린에 데뷔한 전석호는 깍쟁이 허세 여행자 상진을 연기, 그간 연극에서 쌓은 연기 내공을 발휘했다. 그는 타인의 호의가 부담스럽고 의심 많은 보통 여행자 상진에 녹아 편안하게 극을 이끌어 간다.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 최민식 아역을 맡았던 오태경이 지나치게 친절한 전과자 학수를, 영화 ‘베를린’(2012), ‘연애의 온도’(2013), ‘관능의 법칙’(2014) 등으로 충무로 신스틸러로 자리매김한 최무성이 의뭉스러운 경찰을 열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오는 3월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