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매년 발행 규모 3000억달러 상회..사상 최초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저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지고, 유로존의 경우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제기됐지만 글로벌 주요국의 물가연동채권(TIPS) 발행에 봇물을 이룬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각국 정책자들은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인플레이션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안심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글로벌 35개국 정부가 발행한 TIPS(물가연동채권)가 1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3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또 최근 3년 연속 연간 TIPS 발행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섰고, 이는 전례 없는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선진국의 물가연동채권 규모는 전체 국채시장 가운데 7.9%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150억달러에 이르는 10년 만기 TIPS를 0.661%의 금리에 발행했다. 지난해 미국의 TIPS 발행행액은 1550억달러를 기록했고, 이탈리아는 460억유로(630억달러) 규모로 발행해 2008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뉴질랜드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TIPS를 발행했고, 일본 역시 지난해 4분기 5년만에 처음으로 TIPS를 발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일본은행(BOJ)은 비전통적인 통화 공급이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를 촉발시키지 않은 데 대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판단은 다르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얘기다.
실제로 남아공과 터키 등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로 인해 통화 가치가 급락한 신흥국에서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롬바드 오디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살만 아메드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수년간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가 상당 기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간 스탠리의 안톤 히스 유럽 인플레이션 리서치 헤드는 “TIPS 발행 및 투자 수요를 감안할 때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른바 일드커브로 알려진 5년물과 10년물 수익률 격차는 지난달 0.69%포인트를 기록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드커브 상승은 앞으로 물가 상승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