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강필성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의 수장을 맡은 이후 만 3년이 흐르면서 생겨난 수많은 과제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 체제로 전환된 상태이지만 아직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재계 30대 그룹 중에서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무엇보다 일본롯데와의 지배구조가 얽혀있다. 최근 3년간 롯데그룹은 복수의 계열사를 합병하며 통합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험난하다는 평가다.
◆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의 지분 매입
특히 최근 주목되는 것은 바로 신동빈 부회장의 형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의 존재다.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가의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주로 일본에서 경영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국내 공식석상에서는 한번도 나타나지 않은 인물이다. 신동빈 회장이 국내 롯데를,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맡고 있다는 공식이 일반 상식처럼 굳혀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신동주 부회장의 이름이 롯데그룹 안팎에서 언급된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신동주 부회장이 롯데제과의 주식 643주를 장내 매입하면서 지분 확대를 개시한 것. 이후 신동주 부회장은 9월 620주, 10월 577주, 11월 576주, 12월 588주, 1월 552주를 잇따라 매입했다.
매달 매입과정에서 투자되는 금액은 약 10억원. 롯데제과의 규모를 감안하면 본격적인 지분경쟁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그가 매입하는 배경을 두고 갖가지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가장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일본롯데와 한국 롯데의 계열분리를 앞둔 ‘지분 경쟁설’이다.
롯데제과는 오늘날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아울러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점도 주효했다. 이외에도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와 롯데푸드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현재 롯데그룹 지분구도만 본다만 신동빈 회장의 우세가 확연하지만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13.46%, 롯데제과 5.34%, 롯데칠성 5.71%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신동주 부회장은 롯데쇼핑 13.45%, 롯데제과 3.73%, 롯데칠성 2.83% 등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사실상 롯데호텔을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것을 감안하면 두 형제의 지분 격차는 더욱 좁혀진다. 롯데호텔은 롯데쇼핑 9.58%, 롯데제과 3.21%, 롯데칠성 5.83% 등을 보유 중이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주주는 신격호 총괄회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롯데그룹의 지배권 승계는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나이가 92세인 것을 고려하면 두 형제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 51개 순환출자 해소 필요
하지만 이같은 2세 체제의 이야기를 차치하고라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필연적인 일이다.
현재 롯데그룹 내 74개 계열사가 형성하고 있는 순환출자는 중복 계열사를 포함해 총 51개에 달한다. 롯데그룹의 순환출자를 ‘거미줄’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 30대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는 큰 줄기의 1~2개만 있고 통상 10개 안팎이다.
최근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하게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순환출자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목표다. 롯데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도 결국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재계 주요 그룹들은 점진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롯데그룹은 이 문제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이 일시에 순환출자구조 해소하기 위해서는 약 3조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주요그룹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2~3세 체제로 재편될 때”라며 “롯데그룹이 2세 체제를 본격화 할 때가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실제 지난해 동부증권은 롯데그룹이 1~2년 내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이 중간 지주회사로 개편되면서 일본계와 한국계의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형제간의 계열분리와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하리라는 관측이다.
차재현 동부증권 연구원은 “오너 입장에서는 상속과 지배권 강화 유혹이 계속되고 정부 또한 재벌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한 대기업군의 막바지 전환 가능성이 있고 롯데그룹도 이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