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사들, 정부 지원으로 회생ㆍ경쟁력 강화..한진해운 등 국내는 선장까지 잃어
[뉴스핌=김홍군 기자]중국 정부는 자국 선사인 코스코(COSCO)에 국책은행인 중국은행을 통해 108억 달러의 신용(지급보증)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장기불황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자국 선사를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코스코차이나쉽핑에 대해서도 중국수출입은행을 통해 5년간 95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5개 민영 해운사에 대해서는 1억6000만 달러를 지원한다.
세계 각국 정부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해운은 평상시 철강을 비롯한 각종 산업의 원료와 제품을 실어나르고, 전시에는 군사물자의 수급을 책임지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유럽 국가들도 자국 선사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자국 선사인 머스크에 수출신용기금 5억20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민간 채권은행들도 62억달러 수준의 금융 차입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는 해운사업에서의 부진을 석유사업 등에서 메워 유동성에 큰 문제는 없지만, 해운업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한 정부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독일 선사인 합팍-로이드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독일 정부는 하파그-로이드에 18억달러의 지급 보증했으며, 지자체인 함부르크시도 7억5000만 유로를 현금으로 지원한 바 있다.
프랑스 CMA-CGM은 프랑스 국부펀드에서 1억5000만달러를 지원받았고, 금융권에서도 3년간 2억8000만유로의 유동성을 지원받기로 했다. 채권은행은 5억달러의 자금 지원에 합의한 바 있다.
일본 정부 역시 해운사들이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국 정부의 지원으로 한숨을 돌린 해외 선사들은 실적까지 나아지며 위기탈출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1~9월 매출 197억 4600만달러, 영업이익 11억97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것이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850%나 증가한 것으로, 경영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된다.
중국 코스코도 지난해 상반기 9억9000만위안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이를 만회해 연간으로는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NYK와 MOL, K-Line 등 일본 3대 선사도 지난해 3분기 누계(4월~12월) 일제히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정부의 외면으로 독자생존을 강요받고 있는 국내 해운사들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은 지난해 24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1098억원에서 적자폭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그동안 누적된 적자를 고려할 때 특단의 조치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급기야 한진해운은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지원을 받는 대신 최은영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현대상선이 속한 현대그룹도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를 매각하고, 컨테이너 터미널과 벌크선 사업의 매각을 추진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앞서 국내 3ㆍ4위 선사인 STX팬오션과 대한해운도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국내 주요 해운사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정부는 지원을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째 불황이 이어져 오면서 대부분의 해운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가시적인 지원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알아서 살든지, 죽든지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상선 등 일부 해운사들이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따른 지원을 받았지만, 이 또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공약한 선박금융공사 설립 등 중장기 과제도 수년째 답보상태에 있다”고 덧붙였다.
해운사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기사회생하더라도 향후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에코십 확보 등 경쟁력을 강화해 가고 있는데, 국내 선사들은 핵심 자산까지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며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수혜를 입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