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시 65세로…형평성·재정안정 고려
정부가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에 착수한다. 올해 상반기내 정부안을 만들고 이르면 내년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마침 개혁시점이 박근혜정부 2년차다. 개혁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주요요건 하나가 충족된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공무원집단의 반발과 진통을 예상하면서도 과거보다 개혁의 수준이 높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내비치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있어서다. 그럼에도 과연 공무원 스스로 제살깎기식 연금 개혁을 사회 전반이 수긍하는 수준에서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뉴스핌은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 여부, 다른 연금과 비교한 공무원연금의 현 실태, 현실적 개혁방안, 해외사례 등을 중심으로 정부와 학계,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입장을 듣고 나아가야 할 개혁 방향을 가늠해보기로 했다.<편집자주> (그래픽 = 송유미 미술 기자)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으로 ▲더 내고 덜 받기 ▲연금 지급 개시 연령 조정 같은 소극적인 대책과 함께 ▲국민연금과의 통합이라는 틀 자체를 바꾸는 적극적인 대책 등이 제시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갈수록 정부의 재정부담은 커진다. |
우선 더 내고 덜 받기의 경우 공무원연금의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하고 연금 급여 수준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료 인상 또는 급여 수준 인하 등 어느 한쪽만을 손질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에서는 재직 기간이 10년 미만인 공무원만 점진적으로 연금 급여액을 1~8% 줄이는 데 그쳐 재정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이번에는 10년 이상 재직 공무원의 연금 급여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신규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10년 이상 재직 공무원의 급여를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
또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임용된 공무원은 60세, 2010년부터 들어온 공무원은 65세부터 연금 급여를 받는 현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본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도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공무원연금 지급률의 추가적 인하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정부담 완화 및 제도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만으로 한계가 있고 보다 과감한 급여인하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장기재직자의 급여수준도 감액되도록 경과규정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정부안에 의하면 10년 이상 재직공무원의 급여수준은 감액되지 않으나 이는 재정적 측면뿐 아니라 후세대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KDI는 아울러 연금지급개시연령의 점진적 조정도 주문했다. 현재 재직공무원은 60세, 신규공무원은 65세부터 연금급여를 받게 돼 재직자-신규임용자 간 큰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재직공무원의 경우에도 60세→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도록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공무원들의 반발이 가장 크지만 국민연금과의 통합도 거론된다. 미국, 일본 등 여러 선진국이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해 운영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공무원·민간 구분할 것 없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당장 국민연금과 통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먼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특수성, 차이점을 감안하고 통합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에 포함되지 않은 퇴직연금 개념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과 통합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고려해 퇴직금 개념의 일원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DI가 2006년부터 공무원연금 개혁안으로 제안해오고 있는 것도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하되 저축계정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신규공무원부터는 국민연금에 의무가입하고 퇴직수당제도는 민간의 법정퇴직금제도에 맞춰 연금화하며 민-관 보수 격차를 적정히 감안해 추가적인 적립식 저축계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기존 재직공무원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는 않지만 공무원연금의 삭감 및 퇴직수당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해 총급여수준이 점진적으로 신규공무원과 일치하도록 조정하도록 했다.
또 3년 평균보수월액→전 기간 평균과세소득 전환, CPI 기준 연금액 조정방식 전환, 유족연금지급률 인하(70%→ 60%), 최소가입기간 단축(20년→10년), 최대가입기간 연장(33년→40년), 비공무상 장해연금 도입 등을 통해 민간근로자와 공무원 간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장기적 재정안정화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민연금과의 통합에 대해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반대한다는 점이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과장급 공무원은 "과도한 건 줄여야겠지만 공무원연금이 유일한 노후대책인데 나이 먹고 죽으라는 것"이냐며 "이제와서 국민연금과 같이 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할 때는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단체들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들이 참여함에 따라 공무원연금의 근본적 개혁의지가 도외시되고 기득권 보호가 지나치게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KDI 선임연구위원 시절 보고서에서 "기존 개혁시나 외국의 개혁사례에서는 정부개혁안을 마련한 후, 공무원단체들과의 설득, 홍보 및 협상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중앙정부부처의 고위공무원인 A국장은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으로 페이고(Pay-Go, Pay as you go) 도입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번만큼 쓰자는 것으로 결국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내는 점진적 개혁을 주문했다.
A국장은 "평등주의로 보면 국민연금보다 많은 게 사실이지만 사기업과 관계에서 우수인재 유치 차원에서 월급을 현실화시켜주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며 "급여보전 차원의 애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