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융위기 이후 3조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 수요를 늘리고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폈지만 결과는 낙제점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미국 인플레이션이 1%를 기록,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물가연동채권(TIPS)이 전례 없는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출처:AP/뉴시스) |
16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TIPS는 올들어 8.8% 하락했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TIPS의 하락은 지난달 특히 가속화됐다.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의 차기 의장 선임이 유력해지면서 9월과 10월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그는 2008년 이후 연준의 부양책에 적극 동의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가격 상승 둔화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들이 지출을 더욱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번졌다.
연준 정책자를 지낸 블랙록의 피터 피셔 매니징 디렉터는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나섰지만 기대했던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라며 “1% 선의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임금 측면의 물가 상승이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신규 고용을 최소화하면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임금이 상승하지 않을 경우 의미 있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US 뱅코프의 댄 헤크만 채권 전략가 역시 “임금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 상승이 가시화되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게리 폴락 채권 트레이딩 헤드는 “인플레이션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TIPS는 투자 매력을 찾기 힘든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펀드 평가 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핌코(PIMCO)와 블랙록, 뱅가드가 판매하는 10개 인플레이션 관련 뮤추얼 펀드는 지난 5월 초 이후 36%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펀드의 자산은 11월 말 기준 627억달러로 줄어들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윌리엄 어빙 채권 매니저는 “연준이 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을 통해 성장을 부양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은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회의에서 저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