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오랜만에 시원한 액션 영화가 등장했다.
지동철(공유)은 조국에 버림받고 가족까지 잃은 채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이다. 목표는 오로지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자를 찾는 것. 그는 대리운전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며 놈의 행적을 추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동철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돼줬던 박 회장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 죽기 전 박 회장이 남긴 안경을 받아 든 그는 되레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며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게다가 방첩 분야 최고 베테랑인 사냥개 민대령(박희순)까지 투입되며 빈틈없이 조여 오는 포위망 속에 놓인다. 하지만 아내를 죽인 자를 향한 추적을 멈출 수는 없다.
영화는 시종일관 쉴 새 없이 빠르고 긴박한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최근 개봉했던 남파 간첩 소재 영화들과 비교해도 현저히 뛰어나다. 주체격술, 카체이싱, 암벽등반, 한강 낙하, 스카이다이빙까지 육해공을 넘나드는 화려한 액션이 이어지며 혼을 쏙 빼놓는다. 특히 카체이싱 장면은 할리우드 액션에서 모티브를 얻은 RDV(Remote Drive Vehicle:원격조종차) 장비 도입과 대역 없이 직접 투입된 배우들의 열연으로 리얼리티를 배가시켰다.
더욱이 영화 속 액션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다. 감성이 실려 있는 ‘용의자’의 액션엔 가족애가 있고 사람 냄새가 난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 액션을 넘어 관객과 감정을 공유한다. 또한 복선이 깔린 채 흘러가는 스토리는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 다른 강점은 버릴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보통 첩보영화처럼 ‘용의자’는 원톱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캐릭터들은 모두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다. 영화 ‘세븐데이즈’(2007)에 이어 또 한 번 원신연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배우 박희순은 중심 인물이 아님에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원 감독은 캐릭터를 허투루 소비시키지 않는다. 모든 역에 정당성을 준다”고 말했다.
박희순의 말대로 스크린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 공유를 비롯해 박희순, 조성하, 유다인, 김성균부터 작은 조연까지도 제자리에 들어가 역할을 다한다. 이러한 탄탄한 캐릭터 구축은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한다. 생애 첫 액션 장르에 도전한 공유는 왜 진작 액션을 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원 감독의 바람대로 한 마리 재규어가 돼버린 공유의 눈빛과 표정은 관객을 숨죽이게 한다. 거기다 완벽한 식스팩을 드러내며 여성 관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물론 이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지나친 액션의 향연에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액션 영화에 목말랐던 이들은 한 방에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러닝타임(137분) 내내 온몸엔 힘이 들어가는 짜릿함은 형언할 수 없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