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4조 원 무역 증진 기대
[뉴스핌=권지언 기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제9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이 WTO 설립 18년 만에 처음으로 합의안을 도출하며 기구 존립 가치를 확인했다.
8일(현지시각) 159개 WTO 회원국들은 도하개발아젠다(DDA)의 조기수확 대상인 무역원활화, 농업, 개도국 우대 등 3개 부문에 대해 합의안을 채택했다.
이번 합의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식료품 지원 문제에 대해 인도와 미국이 합의점을 도출하고, 쿠바 등 남미 국가들이 합의 반대를 포기하면서 절충안이 마련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WTO 발리 회의 합의는 다자무역 시스템의 부활을 의미하며 이는 수 백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지원하고 미국의 무역 주권을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틀이 생겼다"며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현재의 무역 시스템 하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수혜자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타 위르자완 인도네시아 통상부장관은 이번 합의안 도출로 세계 무역 규모가 1조 달러(원화 1054조 상당) 가량 확대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번 WTO 합의안 도출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UPS의 스코트 데이비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교역 처리가 신속화되고 불필요한 서류작업이 줄어드는 등 크고 작은 교역업체들에게는 위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월마트도 성명서를 통해 "제품 세관, 통관, 물류 등 비용을 줄이고 비효율적 절차를 제거할 수 있게 돼 필요한 제품을 적시에, 좋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캐터필라의 더그 오버헬먼 회장 겸 CEO는 이번 합의안 도출은 미국과 EU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가 진척되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번 합의가 빈곤층에는 거의 수확이 없는 결과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인도주의 지원기구 옥스팜의 선임 정책자문관 로메인 베니치오는 "발리 합의안으로 빈곤국에는 거의 달라질 게 없다"면서 "다만 식량 안보에 관한 논의는 살렸다는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곡물위원회 대표 톰 슬레잇은 이번 합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품 시장에 투명성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세계는 WTO를 필요로 하고, 다른 모든 무역 협정은 WTO의 규칙에 근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WTO 합의안은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이 국회의 인준을 받으면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의회의 승인을 굳이 필요치 않으며, 유럽의 승인 절차는 유럽 의회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