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손익관리 위해 여신심사 개선 나서
[뉴스핌=노희준 기자] 내년도 은행권 여신심사가 올해보다 깐깐해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최근 여신심사 프로세스와 문화를 뜯어고치고 있어서다. 내년에도 뚜렷한 경영 환경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건전성 관리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자료=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
전문 심사역 제도의 도입을 통해 심사역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심사역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해 부실 채권에 대한 심사역의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우선 여신심사역을 영업직 등 다른 부서로의 수평이동 없이 심사역으로만 경력관리(CDP)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심사역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심사역도 했다 영업 현장에도 나갔다 하면서 잦은 부서 이동을 할 경우, 심사역 고유의 판단기준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실채권에 대한 심사역의 책임도 엄격하게 따진다. 이전에는 부실 채권 발생 시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는 여신 담당자를 영업 일선에서 후퇴시키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부실 여신에 대한 잘잘못을 엄격하게 따져 상벌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사역의 심사역량을 제대로 측정하는 지표 개선 작업도 고려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TFT를 통해 실무선에서 초안을 만들어 검토하는 단계"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검토하고 있는 여신심사 프로세스 개선 작업은 KB국민은행에서 착수한 여신업무 개선 작업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뉴스핌 11월 12일 국민銀, 여신업무 개선 포인트 ′세 가지' 참조>
국민은행도 여신업무 담당 직원의 경력관리를 보다 특화된 풀(pool)속에서 제한적으로 하고 사후 여신 부실보다는 핵심성과지표(KPI) 실적 올리기를 우선시하는 여신 취급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점장 인사평가에 적용할 KPI와는 별개의 평가툴 고안도 고려 중이다.
은행권에서 이 같이 앞다퉈 여신 심사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개별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내년에도 건전성 관리가 은행 경영의 핵심 사항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미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3분기에 1.80%로 2011년 1분기(2%)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동양, STX 등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나빠지면서 기업여신 부실이 늘어난 탓이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 역시 2010년을 정점으로 전반적으로 하락하던 추세가 올해부터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기업금융에 주력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부실채권비율 절대치나 상승세 양쪽에서 가장 크다. <그래프 참조>
부실채권 비율은 전체 여신 규모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여신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은 높으면 회수하지 못할 여신에 대비한 대손비용이 늘어나 은행 순익이 줄어든다. 내년에도 은행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손익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건전성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2~4개의 대기업이 구조정되고 정부가 내년에 1~2차례의 정책금리를 인하한다는 보수적 가정 하에서, 내년도 시중 5대 은행의 순이익(KB, 신한, 우리, 하나, IBK기업은행)이 전년 대비 10~30%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신업무 개선의 목적은 결국 여신 심사와 관리를 엄격히 해서 부실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내년에도 경영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는 힘들기 때문에 건전성 관리가 화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