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LIG그룹 오너 일가가 LIG건설 기업어음(CP) 피해 보상을 위해 그룹 매출의 80%가 넘는 금융 계열사를 일괄 매각키로 하면서 비슷한 경우를 겪고 있는 타 기업 CP 피해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웅진그룹이나 동양그룹의 오너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CP를 보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LIG그룹의 CP 피해 보상 방침은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슈가 되고 있다. 구 회장 일가가 CP 피해를 모두 보상하겠다고 밝혀 2년여 만에 LIG건설 CP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LIG오너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까지 팔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CP 피해자들의 분위기는 고무되는 중이다.
CP 단기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기업이 발행하는 융통어음이다. 대체로 높은 금리를 보장하지만 어디까지나 담보가 없는 신용 거래다. 때문에 기업이 부도를 담보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후순위다. 고금리인 대신 리스크도 크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오너가 사재를 털어 CP 피해를 보상해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이 CP가 부도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고 발행된 ‘기획 사기’일 경우 및 불완전 판매를 통해 판매됐을 경우다. 현재 구자원 LIG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은 검찰에 사기성 CP 발행 혐의로 기소됐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LIG그룹의 경우 이미 1심에서 사기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 이는 CP 배상에 가장 큰 이유가 됐다. 감형을 받기 위해서는 최대한 변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CP 피해자들이 CP 불완전 판매에 대해 증권사에 소송을 거는 동시에 오너들의 재판을 눈여겨 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물론 LIG건설과 웅진, 동양의 경우는 다르다.
LIG그룹의 경우 LIG건설의 부실이 그룹의 지속적 지원이 힘들다는 판단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웅진그룹은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를 비롯한 극동건설 등 그룹 핵심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그룹 주요 계열사가 매각된 상황.
심지어 동양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동양을 비롯해 동양네트웍스,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등 5개 주력 계열사가 일제히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LIG그룹의 이례적인 오너의 CP 배상이 다른 그룹까지 일반화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오너가 사재를 털어 CP를 배상하게 된 것은 사기 혐의에서 유죄를 받았고 유례없이 높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는 상황이 복합 작용한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기업 부도로 인한 CP 피해는 오너의 문제가 아닌 투자자가 끌어안아야 할 리스크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LIG건설 부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LIG그룹 사례와 달리 동양그룹, 웅진그룹은 그룹 전반이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그룹 전반의 위기였음을 감안하면 LIG그룹 경우와는 차이가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LIG건설의 CP 피해 규모는 약 2200억원 수준. 웅진홀딩스는 CP 피해규모가 약 1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 등의 계열사 CP 피해규모는 8382억원에 달한다.
오너의 자산 규모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선뜻 사재를 털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IG그룹의 CP 피해 보상은 향후 웅진그룹과 동양그룹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LIG그룹의 CP 피해보상 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현재현 회장도 LIG케이스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에 앞서 현 회장 등 동양그룹 경영진을 만났을 때도 “동양그룹 및 대주주가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특히 오너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