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비율 제약…기존 보험사 어렵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LIG그룹이 LIG손해보험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기존 보험사의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지주사가 LIG손보의 인수에 나설 경우 보험업계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IG손보는 19일 최대주주인 구본상 넥스원 부회장 외 특수관계인 16인이 보유한 주식 1257만4500주(지분 20.96%) 전량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추가될 경우 매각총액은 3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LIG손보의 시장점유율이 업계 4위인데다가 당기순이익(2012년 회계연도 기준 1644억원)에 비해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분기(7~9월)에도 LIG손보는 4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바 있으며 회사 측은 올해 15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LIG손보가 동부나 현대보다 마켓쉐어가 1~2%p 밖에 뒤지지 않음에도 시가총액은 훨씬 적다"며 "매력도 측면에서는 아주 훌륭하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 역시 "요즘같이 불황인 시대에 보험이 그나마 금융권 중에 제일 잘 나간다"며 "아주 좋은 매물"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기존 보험업계에서 LIG손보를 가져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화재의 경우 독과점법상 제한이 예상되고 현대해상 역시 RBC 비율 방어를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증자를 고려하고 있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동부화재나 메리츠화재 역시 비슷한 이유로 LIG손보를 삼키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LIG손보의 RBC비율은 165.7%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50%에 근접한 상태다.
현대증권 이태경 애널리스트는 "기업 결합시 들고 있는 지분은 자기자본 총계에서 빠지기 때문에 기업 합병시 RBC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수가액 만큼의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며 "기존 손보사가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LG그룹이 가져갈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LG그룹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금융산업을 포기한데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제한의무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LG그룹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금융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구본무 회장이 내부적으로 선언을 했다"며 "LIG라는 브랜드 네임이 있는 회사를, 회장이 말을 번복해가며 직접 사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 지주사들이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시장의 지각변동도 점쳐진다.
이태경 애널리스트는 "금융지주사의 시너지효과는 규모가 아닌 범위에서 나온다"며 "금융지주사에서 가져갈 경우 LIG손보가 기존의 판매망에 올라가게 되므로 다른 회사들의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귀결된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