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통해 "여야 합의시 野 요구 수용"
[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정부는 지난 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정상화시키는 데에 역점을 두고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추진할 것"이라며 "공공부문부터 솔선하여 개혁에 나서겠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예산낭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정, 미래를 함께 만들어갑시다'란 제목의 2014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통해 "지금 우리는 변화의 속도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 모두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길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구체적으로 "원전과 방위사업, 철도시설, 문화재 분야 등 각 분야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들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강조한 박 대통령은 "특히 정부 3.0 정신에 따라 부채, 보수 및 복리후생제도 등 모든 경영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서 공공기관 스스로 개혁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 "여야 합의하면 특검 등 야당 요구 수용"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등 3대 요구사항에 대해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정부는 여야 어느 한쪽의 의견이나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움직일 수는 없다"며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지금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정부의 의지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해서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정치개입의 의혹을 추호도 받는 일이 없도록 공직기강을 엄정하게 세워가겠다"며 "국가정보기관 개혁방안도 국회에 곧 제출할 예정인 만큼,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고 검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내년 예산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과 '평화통일 기반구축'이란 4대 국정기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 경제부흥 관련예산
먼저 경제부흥과 관련,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정부 출범 직후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고 특단의 부동산대책을 추진했다면서 "내년도 예산안은 경기회복세를 확실하게 살려가기 위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가장 큰 역점을 두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농어촌 소득향상, 수출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벤처‧창업 생태계 조성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등 미래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였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 SOC 투자와 지방재정에 대한 지원도 편성하였다"며 "이와 함께 제조업, 입지, 환경 분야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규제완화를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해 투자 활성화의 폭을 넓혀가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예산안에 ▲의료, 교육, 금융,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규제완화 ▲청년, 여성, 장년 등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 및 스펙초월 멘토링 시스템 도입 ▲여성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직장어린이집 확충 ▲임금 피크제 지원 강화 ▲신규 시간 선택제 일자리 창출기업 지원 확대 및 스마트워크 센터 확대 지원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훈련사업 확대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구현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선진국 추격형 발전 전략을 선도형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저는 이번 유럽 순방에서 영국과 프랑스 등 EU 국가들이 창조경제를 실현해서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지금 우리 경제가 가고자 하는 창조경제의 방향에 확신을 가졌다"고 설득했다.
이어 창조경제타운 현황을 설명한 후 "앞으로 창조경제의 핵심인 업종간 융복합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문화와 보건, 의료, 환경, 해양, 농식품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자금과 기술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국민들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창조경제 관련 사업 예산으로 금년보다 12%가 증가한 6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의 토대이자 경제활성화를 위한 시장경제의 기초질서"라며 "그동안 국회의 협력으로 하도급 업체, 가맹점주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입법화되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국회와 정부,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지금 외국인투자촉진 법안, 관광분야 투자활성화 법안,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주택 관련 법안,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중소기업 창업지원 법안 등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법안들이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관련법안들의 국회통과를 호소했다.
◆ 국민행복 관련예산
국민행복과 관련, 박 대통령은 "노후가 불안하지 않고, 질병과 가난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 되어야 국민행복시대의 토대가 구축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의 생활 안정과 국민들의 노후 안정을 위해 내년 7월 기초연금제도 도입을 목표로 예산 5조2000억원을 반영하였다"고 소개했다.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불가피하게 해결하지 못한 부분들은 경제를 활성화시켜 지켜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렇게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도 복지예산을 확대 편성하였다"고 했다.
국민행복 관련 예산안의 핵심에 대해선 "정부는 복지 패러다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교육과 관련된 구체적인 예산안 편성과 관련,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고, 모든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유학기제 시범 도입과 자율 교과과정 확대, 예체능 교육 및 진로직업 교육 강화 등
초중등 교육과정 개선 ▲학교 내 돌봄 서비스 강화 ▲사교육비와 대학학자금 부담 감소 및 지방대학 육성
국민안전과 관련해선 "정부는 지난 9개월간 우리나라의 우수한 IT기술을 재난안전관리 분야에 접목하는 등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 왔다"며 "특히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ㆍ불량식품 등 4대악 척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성폭력 재범률과 가정폭력 재범률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내년에도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4대악 근절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6.6% 늘렸고 재난재해 및 생활안전 예산을 3조원 수준으로 편성하였다"며 "국민 여러분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실 수 있도록 정부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 문화융성 관련예산
문화융성 분야에 대해선 "저는 5천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앞으로 우리 문화를 더욱 빛나게 하고, 세계에 널리 알려서 우리의 자긍심을 높이고, 세계 속에서 인정받게 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예산안과 관련해선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융성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에는 문화융성의 본격적 추진을 위해 문화 재정을 정부 총지출의 1.5%인 5조3000억원으로 증액하였다"며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해서 국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문화융성의 원천인 인문학과 전통문화 그리고 지역문화를 진흥하는 데도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 예술인복지법 등 문화 관련 주요 법안들의 제·개정이 원활히 이루어져 문화융성의 초석을 다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 평화통일 기반구축 관련예산
평화통일 기반구축과 관련,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은 아직은 어렵고 멀게 보이지만 우리가 꼭 가야 할 길"이라며 "저는 반드시 임기 중에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와 재개과정을 설명한 후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공단정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통행, 통신, 통관의 3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공단의 실질적인 정상화, 나아가 개성공단의 국제화도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러나 앞으로 정부는 확고한 원칙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그것을 통해 남북 간에 신뢰를 쌓고 올바른 관계개선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곁들였다.
더불어 "앞으로 북핵문제를 포함해 남북한간에 신뢰가 진전되어 가면, 보다 다양한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평화와 협력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그러면 제가 제안한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서 부산을 출발해 북한,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평화통일의 길도 열어갈 수 있게 되리라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이와 같은 4대 국정기조를 추진하는데 중점을 두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하였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 주시고 새해 시작과 함께 경제 살리기와 민생을 위한 사업들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제 때 처리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노태우(1988년)·노무현(2003년)·이명박(2008년)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이뤄졌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