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 지연.. 주민 혼선 가중
[뉴스핌=한태희 기자] "오던 사람도 쫓아내면 뭐 먹고 살어. 지난 12일 이후 집 보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개발사업) 지구에서 해제된다니까 왔던 사람들이었는데... ... ." (용산구 서부이촌동 박 공인중개소 대표)
"기자 양반, 그래서 사업이 된다는 거요 안 된다는 거요?" (용산구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주민 김모씨)
지난 27~28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 단군 이래 최대사업이 무산된 이곳에는 아직도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그림자가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서부이촌동 일대 중개소를 찾던 주택 수요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아파트가 매매거래가 중단된 지는 수 년째. 중개사들을 먹어 살리는 것은 간간히 거래되는 전월세 거래. 전셋집과 월셋집 소개비로 박 공인중개소 대표는 생계를 지탱하고 있다.
이곳에서 부동산 중개사무실을 운영하는 박 모 대표는 한숨부터 내뿜었다. 서울시의 지구 해제 연기로 그나마 집 보러 오는 사람마저 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
박 대표는 "지난 6~12일까지 집 보러 온 사람이 있었어. 12일은 서울시가 이곳을 개발구역에서 해제하기로 했거든. 그런데 이게 12일에 발표가 안 된거야. 12일부터 지금까지 여기 온 사람은 동네 아는 사람 빼면 기자 밖에 없어"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먹고 살게는 해줘야지. 오는 사람을 막으면 어떡하냐"며 푸념했다.
서부이촌동 시범아파트에 사는 최모씨는 "원래대로라면 지난 12일 용산 서부이촌동은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돼야 한다. 하지만 한 차례 연기되더니 지금은 언제 해제된다는 소식도 없다"며 "사업이 끝났으면 끝났다고 알려줘야지 시간만 질질 끌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 12일 서부이촌동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에서 해제키로 했다. 하지만 해제 일자는 지난 12일에서 이달 말로 연기됐다. 지금은 지구 해제가 무기한 연기됐다.
역세권 사업을 주도하던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신임 사장이 용산역세권 사업 청산 여부를 결정토록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지구 지정 해제도 연기되고 있다. 현재 코레일 신임 사장 후보는 2명까지 추려졌다.
하지만 박 대표는 개발 사업 진행에 대한 끈을 놓지 못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빛 바랜 용산역세권 사업 개발 조감도가 붙어 있다. 박 대표는 사업이 끝났다는 사망선고가 떨어지기 전에는 조감도를 떼지 않을 작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박공인중개사무소 벽에는 빛 바랜 '용산 역세권 사업' 개발 조감도가 붙어 있다. 박 대표는 역세권 사업 무산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는 조감도를 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조감도. |
사업 무산으로 서부이촌동 상인들의 정신적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들은 용산 역세권 사업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이다. 사업이 추진되면서 대한통운과 우편집중국이 빠져나가자 서부이촌동 상권은 무너졌다.
그동안 까먹은 가계 보증금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는 중국요리집 이촌반점 사장은 "(가계) 월세를 내야하는데 먹는 사람이 없으니 월세를 못냈다. 하는 수 없이 보증금을 헐 수 밖에 없었다"며 "정부나 서울시는 다른 개발 대책을 내놓든 부분 개발을 추진하든 (이곳에서) 장사하는 사람을 살게 해줘야지 어떻게 이렇게 방치만 할 수 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촌반점 사장은 지난 27일 하루 동안 짜장면 5그릇도 팔지 못했다. 보증금 5000만원은 사라진 지 오래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