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이준익 감독의 신작 ‘소원’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 ‘소원’은 지난 2008년 발생한 조두순 사건, 이른바 ‘나영이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아동 성범죄라는 민감한 소재를 상업영화에서 다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영화는 시작 전부터 우려를 샀다. 피해자들의 상처를 또 한 번 들춰낼 거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소원’은 모두의 심금을 울리는 가슴 따뜻한 작품이다. 영화는 희망의 내일을 말하며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물론, 기자와 영화 평론가들까지 펑펑 울게 했다.
평범한 9세 소녀 소원(이레)은 어느 비 오는 아침 등굣길, 술 취한 아저씨에게 끌려가 믿고 싶지 않은 사고를 당한다. 이 일로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은 소원이와 가족들. 소원의 아빠 동훈(설경구)과 엄마 미희(엄지원)는 딸이 세상 밖에서 다시 웃을 수 있게 희망을 찾아 나선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이다. 이 감독은 아동 성범죄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되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피해를 극대화 시킨다고 해서 영화의 가치가 올라가지는 않는다”던 이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단어를 삼가는 등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다.
동시에 카메라에서 배우들의 감정은 최대한 덜어냈다. 대신 덤덤하게 일상을 찾으려 애쓰는 소원이와 가족들을 통해 슬픔과 저릿함을 대변, 눈물을 훔치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뒀다.
‘소원’은 영화 ‘도가니’(2011) ‘돈 크라이 마미’(2012)가 그랬듯 복수하자고 선동하지도, 고발을 종용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 일’을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위안을 건넬 뿐이다. 앞서 영화 ‘왕의 남자’(2005) ‘라디오 스타’(2006) 등을 통해 묵직한 감동을 안긴 이 감독 특유의 감성은 이 영화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오직 딸의 행복을 위해 묵묵히 움직이는 소원의 아빠, 엄마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와 엄지원은 진정성 있는 연기로 극을 이끌어 간다. 배우 김상호, 라미란, 김해숙 역시 소원이네 주변 인물로 등장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짧은 분량이지만 이들의 배려와 진심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타이틀롤을 맡은 아역배우 이레의 섬세한 감정 연기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이번 영화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이레는 나쁜 사고를 당한 아홉 살 소녀 소원을 완벽한 감수성으로 소화하며 충무로의 새로운 아역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덧붙이자면 러닝타임 내내 눈물이 흐르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는 눈물과 웃음을 적절히 버무려 123분을 꽉 채운다. 슬픔 속 소소한 웃음이 담긴 소원이와 가족들의 상처 치유기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일깨워 준다. 2일 개봉. 12세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