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도박판에서 ‘히든카드’는 끝까지 쥐고 있는 회심의 일격을 말한다.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다가 찬스가 왔을 때 비로소 꺼내드는 것이 바로 히든카드다. 비단 도박판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히든카드를 쥐고 인생의 한방을 노린다. 도박판이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영화 ‘히든카드’는 온라인 도박판 위에서 벌어지는 천재와 야심가의 위험한 관계를 그렸다. 연기도 노래만큼 잘하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감독 겸 배우 벤 애플렉의 맞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거액을 노리는 천재와 그의 두뇌를 노리는 야심가. 여기에 할리우드 섹시스타 젬마 아터튼이 가세해 흥미를 더한다.
코스타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온라인 사기도박에 당해 학자금을 날린 아이비리그 수재 리치(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겜블계 거물 아이반(벤 애플렉)이 이끌어간다. 아이반이 건넨 뜻밖의 제안에 일확천금을 노리고 도박판에 뛰어든 리치가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이 제법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도박으로 상류층이 된 졸부들의 화려한 생활과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한 현실을 대비한 연출이 눈에 띈다.
리치가 도박판에서 승승장구하는 장면을 보여주던 ‘히든카드’는 FBI요원이 끼어들면서 합법과 위법, 그리고 삶과 죽음이라는 극명한 줄타기를 시작한다. 이쯤에서 영화는 도박판에서뿐 아니라 인생에서 히든카드를 준비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섬뜩한 진실을 보여준다.
‘히든카드’는 꽤 괜찮은 소재를 택한 작품이지만 전체적 짜임새가 다소 엉성하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나 이야기 흐름이 간혹 억지로 짜 맞춘 듯 어색하다. 빠르게 내달릴 수 있지만 내구성이 떨어지는 스포츠카라고 해야 할까. 훌륭한 배우와 제작진이 뽑아낸 결과물 치고는 어째 구성이 위태하다. 도박 영화치고 이렇다 할 반전이 없다는 점도 따지자면 약점이 아닐까.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