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차기 의장 후보 가운데 가장 매파 색채가 뚜렷한 인물로 꼽혔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후보에서 사퇴한 데 따라 달러화가 하락 압박을 받았다.
투자자들 사이에 연준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및 금리인상에 보다 신중한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반면 이머징마켓 통화가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가 0.32% 오른 1.3337달러에 거래됐다. 달러/엔은 0.24% 하락한 99.14엔을 기록해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하락했다.
유로화와 엔화의 움직임은 미미했다. 유로/엔은 0.08% 오른 132.21엔에 거래됐다. 달러 인덱스는 0.32% 하락한 81.26을 나타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은 주말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명 반대 서한을 전달한 데 이어 민주당 은행위원회 유력 의원들까지 가세해 반기를 들자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의 파비안 엘리어슨 외환 영업 헤드는 “달러 매도의 핵심 요인은 서머스 전 장관의 후보 사퇴”라며 “이번주 회의에서 자산 매입 축소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와 뉴질랜드 달러화가 상승, 글로벌 외환시장의 ‘리스크-온’ 움직임이 뚜렷했다.
호주 달러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0.74% 상승했고, 뉴질랜드 달러화 역시 0.43% 올랐다. 인도 루피화도 1.02% 상승세를 나타냈다.
네드뱅크 그룹의 모하메드 날라 전략 연구 헤드는 “글로벌 외환시장의 리스크 감내가 상당히 강하다”며 “상품통화와 그밖에 이머징마켓 통화가 당분간 강한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다드 뱅크의 스티브 바로 리서치 헤드는 “서머스 전 장관의 후보 퇴진 이외에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 문제가 합의에 이르면서 위험자산 상승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희석된 데 따라 터키의 리라화가 달러화에 대해 1.20%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편 투자자들은 17~18일 회의에서 연준이 100억 달러 가량 자산 매입 축소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