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펀더멘털 감안 '과매수 상태' 진단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통화 가치 폭락과 국채 수익률 급등, 주가 급등락 등 일대 혼란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으로 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핵심적인 문제는 테이퍼링이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과매수 상태라는 투자자들의 진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별도로 최근 시리아를 둘러싼 불안감이 진정된 데 따른 이머징마켓의 ‘사자’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조셉 가뇽 연구원은 이머징마켓의 자산 가격 급변동이 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으로 초래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식부터 통화까지 자산 가격의 가파른 하락에는 이보다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을 서둘러 빼낸 것은 무엇보다 과매수에 대한 인식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데 반해 유동성 유입이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유로존의 경기 침체 탈피와 일본의 강력한 회복 신호 등 선진국의 경기가 호조를 이루는 것도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서 발을 돌리는 배경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과거 1, 2차 양적완화(QE)를 종료했던 시점에 이머징마켓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이번 자금 썰물이 연준의 테이퍼링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가뇽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이머징마켓의 자금 유출은 외부 여건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투자자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정책과 개혁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현실 등 내부적인 문제에 근거한 것”이라며 “신흥국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개혁”이라고 말했다.
브라질과 멕시코가 인도보다 현격한 성장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최근 6거래일 사이 6.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시리아 관련 리스크가 진정된 데다 중국 경제지표의 개선에 따른 것으로, 지나친 단기 과열이라는 지적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
사를마뉴 캐피탈의 줄리안 메이요 펀드매니저는 “최근 1~2주일 사이 상승폭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단기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에 나설 전망”이라며 “단기간에 5~10% 급등한 증시의 경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