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외이사 의장 선도…현대차·롯데 전 계열사 대표 겸직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내 상장사 10곳 중 8곳 이상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경우는 전체의 4%에 그쳐, 이사회 독립성 확보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2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2531개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맡고 있는 기업은 2176곳으로 전체의 86%에 달했다. 동일 기준에서 총수일가가 의장을 맡고 있는 기업도 169곳(6.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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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CEO스코어] |
반면,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에게 위임한 상장사는 107곳(4.2%)에 그쳤다. 이는 현행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제도가 '이사회 의장의 사외이사 여부'를 핵심 지표로 삼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아쉬운 수치다.
자산 규모에 따라 대표이사의 의장 겸임 비중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자산이 2조원을 넘는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대표이사는 109곳(53.4%)에 불과했지만, 자산이 5000억원 미만인 기업에서는 그 비율이 90.8%(1766곳)로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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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CEO스코어] |
10대 그룹 가운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SK그룹이었다. SK는 상장 계열사 20곳 중 15곳(75.0%)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SK는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과 롯데그룹은 상장 계열사 전부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12개 상장 계열사, 롯데그룹은 10개사 모두 동일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는 지난 4월부터 이사회 내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해 거버넌스 개선에 나섰다. 롯데그룹 역시 2023년 3월부터 같은 제도를 운영 중이다.
삼성그룹은 전체 16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9곳(56.3%)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역시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해 2023년 10월부터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으며, 호텔신라 등 9곳의 계열사에서 대표가 의장직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