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강소연 기자] 대다수의 배우는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영향을 받는다. 밝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와 마주하면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하고 어두운 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어딘가 무거운 기운이 감돈다.
배우 김지훈(32)의 경우는 후자를 예상했다. SBS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김지훈은 모든 것을 갖췄지만 사랑하는 여자 지혜(남상미)의 마음을 갖지 못한 남자 강태욱을 열연 중이다. 태욱은 매번 사랑 앞에서 좌절하고 끝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김지훈에게 침울한 기운이 감돌 거란 생각은 기우였다. 물론 태욱처럼 진중했지만 밝았고 간간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바쁜 스케줄 탓에 휴가는커녕 수영장 근처에도 못 가봤다며 장난 섞인 투정도 잊지 않았다.
“요즘 드라마 찍으면서 인터뷰하고 화보촬영에 예능출연까지 해서 바빠요. 여름휴가는 고사하고 수영장도 한 번 못 가봤죠. 가끔 쉬는 날 있으면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고 운동도 해야 하는데 사실 늦잠 잔다고 못해요(웃음).”
극중 점점 미소를 잃어가는 지혜와 그런 지혜에게 그저 미안한 태욱은 아슬아슬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더욱이 지혜는 결혼 전 짧지만 뜨거웠던 사랑을 나눈 현우(이상우)와 태욱 사이에서 사랑의 줄타기를 하며 태욱을 아프게 한다.
“남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죠. 사실 지혜는 나쁜X이에요(웃음). 남편은 어떻게든 잘해보겠다고 애쓰고 있는데…. 저는 현우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거조차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진작 지워버렸어야죠. 싹수를 남겨두면 안 되는 거거든요. 더군다나 이제 결혼도 했잖아요. 태욱이 입장에서 지혜는 욕먹어야죠(웃음).”
반면 김지훈은 태욱의 저돌적인 사랑 방식과 남성적인 면모는 강하게 어필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만큼 태욱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되레 그의 사랑을 집착이라 말했고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지혜를 양다리라 비난했다. 그리고 이는 기대치보다 저조한 시청률로 이어졌다.
“안타깝죠. 대본으로 봤을 때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 예상했어요. 그래서 어떤 비난의 여지에 측은함과 동정심이 따라올 거라 생각했죠. 그렇게 서로 상쇄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대본 속 느낌, 감정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을 수 없잖아요. 거기서 비난이 생겨나고 시청률도 기대에 못 미치게 된 거 같아요. 하지만 남은 부분이 더 중요하니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잃은 것과 얻은 것을 잘 파악해서 후반부를 잘 그려 가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요?”
김지훈은 어엿한 베테랑 연기자다. 11년이란 연기경력을 쌓아오면서 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탄탄한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간절히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었다. 다만 그 배우가 ‘선생님’ 뻘이 아닌 배우 원빈이라는 점은 의외였다.
“원빈 씨가 나왔을 때 정말 잘생겨서 만화에서 튀어나온 줄 알았어요. 거기다 연기력을 인정받으니까 외모도 더 빛나면서 승승장구하더라고요. 저도 외모에서 밀리지 않으니까(웃음) 연기력을 인정받아서 같은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죠. 근데 각자 갈 길이 다르더라고요. 사람마다 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거죠. 무조건 멋있으면 저렇게 될 거란 막연한 동경이 이제는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 좋은 부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자신만의 길을 가야죠.”
대화를 나누는 내내 김지훈은 진실했다. 다소 예민할 수 있는 질문에도 불편한 기색 없이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한마디 한마디에 연기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을 오래도록 고민해본 흔적이 담겨 있었다. 김지훈은 스스로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 있는 배우였다.
“이제는 아쉬운 점도 온전히 받아드릴 수 있게 됐어요.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잘했던 부분도 있잖아요. 이런 거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매 순간 느낀 게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연기자 김지훈을 이루고 있는 거예요. 모든 게 연기자로서 자아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고 현재 연기에도 나오게 되죠. 지금도 어떤 과정일 뿐이에요. 저는 더 높이 날아오르는 거니까요(웃음). 앞으로 더 멀리 도약을 할 수 있게 에너지를 계속 쌓을 겁니다.”
“아직은 결혼보다 일이 너무 좋아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