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해외진출 놓고 '의견차'
[뉴스핌=박기범 기자] 5일 오전 9시 50분 경 서울시 중구 은행연합회관에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시중은행장과 부행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 김 위원장은 넥타이 차림이었던 반면 나머지 인사들은 노타이 차림으로 편안하게 참석했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지만 옷차림 만큼이나 이들의 생각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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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또 한 번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모델에 대해 역설했다.
테마섹(테마섹 홀딩스)은 싱가포르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회사다. 지난 1974년 6월 공공지분의 보유, 관리 및 투자를 위해 설립돼 싱가포르 항공, 전력, 통신사 등 주요 공기업의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외환, 연기금 등 정부 여유자산을 이용해 해외 인수합병(M&A)시장의 큰 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 금융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선 싱가포르의 테마섹 모델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먼저 들어간 후 민간이 따라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민간은행 등이 따라갈 수 있도록 해외시장에 먼저 투자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후 해외진출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순수 민간 차원의 조직도 만들면 되는 문제다"라며 "이것이 창조경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테마섹 모델에 대한 필요성을 은행장들에게 확인시켰다.
민간은행은 주주나 수익성 문제 때문에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국영투자기관을 세워 민간 금융사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제안에 은행장들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이러자 김 위원장은 이슬람권 진출을 위해 은행의 인재들을 중동권에 유학시키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업은 사람 장사인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세계적인 금융네트워크가 부재하다"면서 "이슬람권 진출을 위해 사람을 사귈 기회를 은행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에 이슬람 지역 전문가가 누가 있느냐"고 은행장들에게 반문하면서 "한국의 투자·자금조달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간담회 자리가 끝난 후 기자가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게 "이슬람 지역에 우리은행 행원 중 인재들을 선발해 보낼 필요가 있냐"고 질문하자, 이 행장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기금 주도로 민간금융과 해외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과 참석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연기금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연기금이 (해외시장 M&A 등) 투자해 운용했다가 잘못될 경우 국민 정서가 나빠질 수 있다"며 "우선은 정부 예산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졌지만, 다른 옷차림 만큼 정무위원장과 참석자들의 생각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뉴스핌 Newspim] 박기범 기자 (authenti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