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추석 연휴 온 가족을 극장가로 부를 영화가 탄생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파이 철수(설경구)는 마누라 영희(문소리) 앞에만 서면 쩔쩔매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편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모르게 나랏일을 하는 탓에 출장을 밥 먹듯 하는 철수는 테러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태국으로 출장을 떠나게 된다.
위험천만한 작전지를 종횡무진하던 철수는 그곳에서 영희를 만난다. 심지어 영희는 모든 작전지마다 위험하게 잘생긴 의문의 사나이 라이언(다니엘 헤니)과 함께 나타나 철수를 곤란하게 만든다.
문소리·설경구의 촌철살인 대사와 코믹연기는 영화의 포인트다. 영화 ‘오아시스’(2002) 이후 11년 만에 재회한 문소리와 설경구는 과거 보여줬던 묵직한 연기와 상반된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문소리의 코믹연기를 보고 있자면 어떻게 저런 끼를 숨기고 살았을지 궁금할 정도다. 그간 다수의 작품을 통해 센(?)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스파이’로 첫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문소리는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벽한 코믹 연기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구수한 사투리는 기본이요, 설경구를 향한 애증은 보는 사람이 다 살이 떨린다. 다니엘 헤니에게 부리는 교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고창석, 라미란의 개성 만점 능청 연기는 속된 말로 미치게 웃기다. 코미디라는 장르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다니엘 헤니와 한예리는 작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나름대로 최고의 비주얼을 선물하니 그 자체로 멋이 있다.
물론 북한과 핵,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다국적 기업의 횡포 등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치·외교·경제적 문제는 영화에 괜한 무게감을 준다. 더욱이 이 문제들을 깊이 다루지 못한 탓에 영화가 품은 코미디와 충돌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영화 속 대사처럼 한국은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다는 점만 인지시킬 뿐 관객에게 크게 시사하는 바는 없어 보인다.
허나 마누라 앞에서 꼼짝 못 하는 남편, 가족을 위해서라면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이 시대 마누라의 현실적인 모습은 러닝타임(121분) 내내 관객을 쉴 새 없이 웃게 한다. 추석연휴 시월드에서 전을 부치며 분노와 땀을 함께 식힌 며느리들의 묵은 체증을 제대로 시원하게 뚫어줄 수도.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