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고액자산가들 평가손실 발생
[뉴스핌=서정은 기자] 30년만기 국고채 발행 1년을 맞으며 삼성증권이 투자자들에게 '유구무언' 신세가 됐다.
이 채권을 발행할 당시 삼성증권은 하나은행과 함께 주간사를 맡았으며, 가장 적극적으로 고액자산가와 법인 고객들에게 마케팅을 벌였다. 하지만 1년 사이 금리가 크게 올라 투자자들이 20% 가량의 손실을 보고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측은 "장기채권이 잠시 평가손실이 난 것"이라며 "만기까지 들고가면 괜찮다"고 설명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30년만기 국고채 최종호가 수익률은 3.97% 이었다. 지난 19일 연중 최고치인 4.03%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9월 3.05%, 3.08%에 발행됐던 것에 비해 1%p나 급등해버렸다. 이에 1년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20% 가량의 손실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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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30년물 응찰률과 낙찰금리 추이 |
삼성증권은 국고채 30년물 발행 당시 ▲ 금리하락에 따른 추가수익 기대 ▲ 분리과세 혜택 등을 포인트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대우증권 동양증권 SK증권 등 다른 증권사사 700억~800억원 어치를 배정받을 때 삼성증권은 훨씬 많은 2400억원 어치를 받았다. 그리고 보유자산 10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들에게 주로 팔았다.
당시 삼성증권을 통해 국고채 30년물을 샀다는 한 투자자는 "저금리로 계속 가게 되면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그 때는 무조건 사야되는 것처럼 설명하더니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투자자는 "거액자산가들이니 이 정도 손해로는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 돈은 돈도 아니냐"며 "그 땐 안사면 한 맺힐 것 같았는데 지금은 사고 나서 한이 맺힐 정도"라고 말했다.
방영민 삼성증권 부사장은 "투자자들로부터 현재 손실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전화가 종종 왔다"며 "금리 급등으로 잠시 평가손실이 날 수는 있는데, 만기까지 들고간다면 큰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방 부사장은 이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다면 3%짜리 국채가 앞으로 나올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당시 삼성증권이 단기 트레이딩에 따른 자본차익을 홍보했다는 점은 장기채권의 위험도를 간과할 수 있게 한 만큼 문제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희 현대증권 프리미어컨설팅 팀장은 "30년 채권을 산다는 건 주식으로 따지면 신용거래를 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고객들의 투자성향을 나눴을 때 중간에 금리변동을 노리고 채권 트레이딩을 하는 거면 초고위험성향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물량을 팔았다면 PB들이 채권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언급했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단기 자본이익을 얻기위한 목적으로 투자를 권유했다면, 그 근거가 금리전망인 만큼 증권사가 잘못 제시해버린 것"이라며 "자본이익을 얘기했다면 증권사가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30년 만기 국고채 매입을 중개해주며 1억원 어치에 150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