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기획기간 6년에 촬영기간 3년. 기나긴 세월 동안 공을 들여 완성한 왕가위 감독의 신작 ‘일대종사’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 ‘일대종사’는 1930년대 격동하는 중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설 같은 그랜드마스터 엽문(양조위)의 일대기를 담았다. 중국 남부 무술의 중심지 광둥 출신의 엽문은 영춘권 연마에 전념하며 부인 장영성(송혜교)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
어느 날 엽문은 팔괘장 제창자 궁보삼(왕경상)의 은퇴 연회에서 궁이(장쯔이)를 만난다. 두 사람은 무예로 교감을 나누며 특별한 인연을 맺는다. 이후 일본의 침략으로 집과 가족을 모두 잃은 엽문은 홀로 홍콩으로 건너가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 곳에서 궁이와 재회한다.
엽문의 일생은 이미 수많은 무협영화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그간의 ‘엽문’ 시리즈가 화려한 무술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일대종사’는 무림 고수의 삶과 사랑, 예술로 승화된 무협 세계에 집중했다. 동시에 엽문이 중국의 무림과 문화를 어떻게 지켜냈는지 세밀하게 그렸다.
가장 눈여겨볼 장면은 초반 5~7분가량 펼쳐지는 엽문과 무인들의 빗속 결투 신이다.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액션은 왕가위 감독이 왜 ‘아티스트’로 칭송 받는지 탄복하게 한다.
국내 관객들이 ‘일대종사’를 기다린 또 다른 이유, 한국배우 송혜교의 존재도 눈길을 끈다. 극중 송혜교는 엽문 인생에 봄을 선물한 부인 장영성 역을 맡았다. 예고대로 대사가 짧고 분량이 많지 않으나 존재감 하나는 확실하다. 송혜교는 깊이 있는 내면 연기로 우아한 여성미를 한껏 부각시켰다.
'일대종사'의 꽃 장쯔이는 엽문과 더불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궁가 64수 후계자로 팔극권의 마스터 일선천(장첸)과 무술 대결을 펼치는 궁이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엽문과 무예를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더없이 매혹적이다. 장쯔이는 궁이를 통해 무술은 물론 세밀한 감정까지 완벽하게 연기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의 구성은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 특히 일선천의 스토리는 전체적인 흐름에서 벗어나 엉성하게 엮인 느낌이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은 수려한 영상과 기품있는 분위기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냈다. 이러한 미학적 완성도는 홍콩 무협영화의 향수를 간직한 관객에게 아주 즐거운 122분을 선사한다. 엽문의 일대기에 사전지식이 있다면 더 큰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