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먹거리'에서 '골칫거리'로 둔갑
[뉴스핌=권지언 기자] 월가 대형은행들이 한 때 각광받던 원자재 창고업무 등 상품시장 관련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창출이 시원찮은 데다 시장조작 혐의와 관련한 미 당국의 조사 역시 강화되면서 부담만 늘어났기 때문.
20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형 은행들과 거래업체들이 운영하는 창고에서 올 여름 인도된 알루미늄 규모가 급감했다면서, 이는 한 때는 돈이 됐지만 지금은 줄어든 운영수익, 새 규제 도입, 당국의 조사 강화에 직면한 상품관련 사업부문에서 월가 은행들이 점차 손을 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주 다수의 창고운영업체들을 대상으로 소환장을 발부했고, 지난달 미 법무부 역시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 이와는 별도로 미 연준 역시 은행들이 파이프라인이나 창고 혹은 발전소와 같은 상품관련 실질 자산을 소유할 수 있는지에 관해 검토 중이다.
WSJ는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모간스탠리 등이 수 십년 간 원자재관련 사업 부문 확장에 열을 올렸지만 이제는 상품자산을 매각하려 한다고 전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제임스 말릭은 “우리가 알던 게임은 끝났다”면서 “상품시장에서 더 과감하고 더 크고 나은 새로운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들은 한 때 알루미늄 제조업체들에 현금과 임대 할인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이들에게 알루미늄 창고 보관을 유도했는데, 이 같은 원자재 창고 보관은 창고 운영 주체인 은행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리서치컨설턴트 코얼리션에 따르면 글로벌 10대 은행의 상품관련 매출은 2012년에 60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 2008년보다 57%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관련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가 줄었다.
이들 10대 은행들의 상품관련 부서 내 직원 수 역시 2010년 말 2775명이던 데서 올 1/4분기 말에는 2183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JP모간은 창고와 발전소 등 실물자산 매각을 계획하고 있고, UBS는 지난해 이미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과 관계되지 않은 상품거래 데스크를 모두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상품사업에 먼저 뛰어들었던 모간스탠리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