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장기 부재 속에서 경영상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당장 그룹 실적을 수치로만 놓고 보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곳곳이 위태로운 상태다. 미래의 경영 비전마저 최고결정권자의 공백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화는 그동안 김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단은 선방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역할을 대신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단적으로 이라크 사업이나 태양광 사업 등 차세대 성장원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사실 김 회장의 경영 공백은 한화 입장에서 보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0년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그룹 전력의 상당부분이 수사와 재판에 대응하느라 경영에 쏟을 힘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경영 손실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특히 김 회장 구속 직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 계약금 입금이 늦어지는 등 직접적인 피해도 발생했다. 이라크 재건 사업을 위한 추가 발주에서 우위를 점했던 한화의 위치도 사실상 모두 상실됐다.
지난 2012년 80억불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본계약 현장에서 이라크 총리는 "한화는 이제 이라크 회사"라고 말하며 강한 유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향후 실시할 100만호 신도시 건설 계약에서도 최고의 우선권을 약속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김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이라크 재건 시장에서 한화는 독보적인 지위를 상실하고, 중국, 터키 등 경쟁국가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태양광 사업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영 경쟁력도 크게 약화됐다. 김 회장이 항상 진두지휘했던 사안들이지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적절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현재까지 태동기이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산업의 안정적 정착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독일, 말레이시아 등의 보조금 정책이 지연되는 등 한화의 대정부 협상력은 크게 떨어졌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있었다면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 수주 때와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의 고위관료들과의 담판을 통해 여러 가지 추가적인 협상의 이익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회장 부재로 인해 독일, 말레이시아 정부 등에 대한 협상력이 약해졌고, 이로 인해 해당 국가들의 보조금 정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미래 신성장동력인 태양광에 그룹의 비전을 걸고 있는 한화 입장에서 김 회장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목이다.
의사결정의 애로사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단적으로 ING생명 인수전이나 신규 인수합병(M&A), 신사업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확실히 추진동력이 떨어졌다. 현재 비상경영위원회가 가동되고 있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응전략이 필수적인 글로벌 경영 전장에서는 속도나 파워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의 미래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오너 경영인의 비전과 경영철학이 현실경영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한화의 가치 실현과 미래비전 수립 등은 결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하루라도 의사결정과 비전수립이 늦어지면 도태되는 전쟁터 같은 글로벌 경영현장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부재는 그만큼 그룹과 연계된 관계회사 임직원과 가족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