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회장 16일 구속 1년..대법원 판결만 남아
[뉴스핌=김홍군 기자]지난해 8월 16일 서울 마포의 서부지방법원에 들어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1)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계열사를 살리려고 한 경영상 판단이 문제가 돼 사법부의 심판을 받으러 나온 상황이었지만, 마중 나온 한화그룹 임직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눈인사를 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법정에 들어서서는 검사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등 여유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 회장과 한화그룹 임직원들의 얼굴은 굳어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서경환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항고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올 4월1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김 회장의 혐의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승연 회장이 개인적 이익을 편취한 바가 없고, 부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이며 그 구조조정이 성공했다”고 언급하면서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칸트 철학을 인용해 한화 측이 주장하는 ‘경영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회장이 개인 재산을 털어 1186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원심의 징역 4년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했을 뿐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오는 16일이면 김 회장이 구속된지 1년이 된다”며 “실형과 구속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어서 당혹스러웠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구속되자 한화그룹은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총수의 부재로 인한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김회장 구속 직후 이라크 신도시 사업 계약금 입금이 늦어지고,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등 김 회장의 경영공백을 메우는데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 대법원의 판단만 남은 김 회장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다리를 다친데 이어 조울증과 호흡곤란 등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김 회장에 대해 올 3월과 5월에 이어 이달 1일 구속집행정지를 한차례 더 연장했다. 구속집행정지 마감일은 오는 11월7일까지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을 진단한 전문의 소견서 등에 의하면 현재 피고인이 구치소 등에서의 구금생활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는 등의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승연 회장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배임죄 논란이 재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배임죄의 성립요건이나 적용범위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배임죄를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하면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