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녹 피해 사례 해마다 증가...올 상반기 190건
[뉴스핌=김기락 기자] 올해 장마가 끝나가고 있지만 자동차 부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장마 기간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면서 차체에 녹이 슬 위험이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6일 YMCA 자동차안전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자동차 녹 피해 사례 접수는 4024건이다. 지난해에도 3000건에 달하는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센터 관계자는 “현대차 싼타페와 트라제의 녹 피해 사례가 가장 많다”며 “싼타페는 현대차가 부식 방지를 위해 아연도금강판을 적용했음에도 불구, 녹 발생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연도금강판은 강판에 아연도금을 입힌 것으로 겨울철 도로의 염화칼슘이나 습기에 차체가 부식되는 현상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현대차는 2006년 말부터 수출 외에 내수차량에도 아연도금강판 비율을 70% 이상 적용해 녹 방지에 대응한다고 했지만 녹 발생은 여전하다는 게 센터 관계자의 주장이다.
특히 올해는 장마 기간이 긴 만큼 누수와 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 또 최근 파장을 불러온 현대차 싼타페 누수 사건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녹이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녹이 발생된 후 차체 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현대차가 싼타페 누수 무상수리 기간을 5년으로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싼타페 소비자들의 항의가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올초 싼타페를 구입한 이 모 씨는 “누수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보증수리 기간을 늘리는데 그쳤다”며 “차량 가치 훼손 및 전기 누전 등 2차 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누수가 해당 차종의 충돌 안전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녹이 슨 철에 방청(녹방지 처리)을 하면 더 이상 녹 발생 진행을 멈춘다는 것이지, 녹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차체에 녹이 생기면 신차 수준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싼타페 누수에 따른 2차 피해 가능성에 대해 별도로 조사 중이다.
싼타페 외에 그랜저와 기아차 신형 카렌스 등 신차에서도 누수 현상이 일어나 관련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자동차 충돌 안전성은 차체가 노후될수록 떨어지게 돼 있다”며 “녹이 발생된 차체는 충돌 시 충격 흡수가 미흡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겨울철 외에 장마 기간이 끝난 후에도 자동차 하체 및 트렁크 등에 녹이 발생됐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에 녹 피해 접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2011년 219건인 자동차 녹 피해 신고는 지난해 310건, 올 상반기에만 190건이 신고됐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위해정보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자동차 관련 피해 접수는 2816건 중 190건이 녹 피해”라면서 “연말까지 녹 피해 신고 건수가 38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녹색소비자연대는 리콜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관리법 등에 누수 관련 항목이 없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녹색연은 “현대차는 수많은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 속에서 자동차 업계 1위, 재계 2위의 초 거대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번 무상수리는 이를 망각한 조치”라며 “지금이라도 전 차량 리콜조치를 통해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한편 위상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